중소기업이 30년 넘게 장수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창업자가 아닌 2세가 회사를 맡아 지속 성장하기는 더욱 힘들다. 부강샘스는 중소기업이 가진 두 가지 선입관을 모두 무너뜨렸다. 그것도 단순히 선대에 이룬 사업을 이어 받아 성장시킨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사업으로 부강의 이름을 날렸다. 이성진 부강샘스 사장(42)은 “남이 하는 제품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결국 새로운 부강샘스를 일궈낸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부친 가업을 이은 전형적인 2세 경영자다. 부강은 1978년 설립해 올해로 33년을 맞은 매출 800억원대의 중견 기업. 주로 삼성과 LG전자에 완제품을 생산하거나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 업체다. 이 사장은 2005년 ‘레이캅’이라는 제품을 주력으로 건강가전 사업부를 신설하고 부강에 합류했다. 회사 경영을 맡기 전 의사의 길을 걷고 있었다. 전문직인 의사에서 전혀 성격이 다른 기업 경영자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어 2008년에 건강 청소기 ‘레이캅’을 히트 상품 대열에 올린 후 지난해 단독 대표로 정식 부임했다.
“처음 회사를 맡으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부랴부랴 MBA를 졸업했지만 경영은 처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선대부터 이어온 관행과 전통을 뒤집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레이캅을 성공시킨 데는 제품 자신감도 있었지만 운도 따랐습니다.”
이 사장은 새로운 회사를 위해서는 소비재 상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생활가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 부강샘스는 하청업체 형태로 브랜드를 단 독자제품이 없었다. 이 사장은 사업부를 맡은 지 1년 뒤인 2006년 내놓은 ‘레이캅’을 내놓으면서 회사의 색깔을 바꿔 놓았다. 레이캅은 알러지 기능을 지원하는 가정용 청소기. 영국 알러지 협회에서 ‘알러지 케어’ 인증을 획득했으며 프랑스 소비자협회에서 베스트 상품으로 뽑혔다. 영국 인디펜던트에서 세계 10대 청소기로,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는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됐다. 레이캅을 개발하는 데는 전직 의사라는 이 사장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완제품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청소기뿐 아니라 수십 개 제품을 검토했습니다. 꽤 가능성 있는 제품이 많았지만 당시 세계 첫 제품을 만들자, ‘따라하는(me too)’ 제품은 안 된다는 두 가지 원칙에서 레이캅으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는 청소기로 진드기 같은 유해 물질을 제거한다는 개념이 생소해 기대만큼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주부들 사이에서 “알러지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알음알음 나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2008년 60억원으로 시작해 2009년 100억원, 지난해 150억원 등 50%이상씩 성장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아 지금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고 있다.
레이캅 성공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발 초기에는 제품 자체가 힘들다는 게 연구소의 반응이었습니다. 선대부터 30년 동안 쌓아온 관행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 사장은 기존 멤버의 노하우를 인정하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과감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그것도 중소기업으로서 엄두도 못 낼 파격적인 대우로 해당 분야의 최고 인재를 스카우트했다. 인재가 시장 승부의 관건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은 인재·투자·시스템 등 모든 자원(리소스)이 약하다”며 “결국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해 시너지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