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제2 고도화설비를 가다

현대오일뱅크 제2고도화설비 전경. 5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현대오일뱅크 제2고도화설비 전경. 5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달라졌다. 경영권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로 넘어간 지 10년 만인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품으로 돌아갔다. 수익만 강조하던 외국계 투자회사의 품에서 벗어나 든든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둔 것이다.

 올 초에는 충남 대산공장 제2차 고도화 분해시설이 기계적 준공을 마치고 시운전에 본격 돌입했다. 이로써 4개 정유사 중에 가장 낮았던 고도화율을 업계 최고 수준인 30.8%로 끌어올렸다.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현대오일뱅크의 성장 동력인 제2 고도화설비 시운전 현장을 찾았다.

 서울을 출발한 지 2시간 반 남짓,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에 들어섰다. 멀리 현대오일뱅크라는 대형 간판이 보인다. 공기 속에 숨어있는 유황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사전 약속이 돼있어 입구는 무사통과다. 제2 고도화설비의 경우 아직 완공이 덜 된 탓에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 왼쪽으로 난 언덕길을 차로 올랐다. 오른 편으로는 정상 가동에 필요한 자재들이 곳곳에 쌓여있다. 건설은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맡았고 3000여명 정도의 인력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언덕 위에 오르자 원통형 저장고가 우선 눈에 뛴다. 그 아래로 아직 기름때가 묻지 않은 핵심인 중질유 탈황공정(RDS)과 중질유 접촉분해공정(FCC) 설비와 발전소, 용수 처리시설 등 고도화설비가 계단식으로 늘어서 있다. 고도화설비 하나 갖추는데 108만㎡(33만평)이라는 부지가 필요했던 이유다. 돈도 2조6000억원이나 들었다.

 특히 이번 설비는 야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만든 용지에 들어서 높이 차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게 현대오일뱅크 설명이다.

 안내를 맡은 김기문 현대오일뱅크 생산본부 업무팀 차장은 “석유제품의 경우 원유에서부터 최종 제품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연산제품이라 이를 연결하는 게 관건”이라며 “현대오일뱅크는 위아래 배관에 균일한 압력을 유지토록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2 고도화설비에 들어간 각종 배관의 길이를 합하면 서울~부산 간을 왕복할 수 있는 920㎞에 달한다. 사용된 전선의 길이만 해도 5320㎞다.

 차를 몰아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여기에는 공장에 필요한 전력과 열·용수 등을 공급하는 설비가 들어서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증설을 위해 15㎿급 전기와 시간당 120톤의 스팀을 생산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설비를 새롭게 지었다.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각 설비로 분배키 위해 변전소도 8기 신설했다.

 용수처리시설은 상수원으로부터 받은 물에 포함된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수시설과 이미 사용된 폐수를 정화하는 폐수처리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이보다 한 계단 높은 곳에 지어진 중질유 탈황공정(RDS) 설비는 정제과정에서 나온 저급 중유를 수소를 첨가해 황성분을 제거하는 역할이다. 중질유 접촉분해공정(FCC)과 함께 고도화설비의 핵심이다. 한쪽으로는 황 함유량이 10ppm 미만인 클린 디젤을 생산하는 설비와 수소를 제조하는 설비가 붙어 있다.

 우뚝 솟은 증류탑이 있는 FCC는 여기서 처리된 중유를 원료로 액화석유가스(LPG)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연료인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황 성분이 제거된 중유를 촉매접촉분해라는 공정을 거쳐 우선 각종 고급 석유제품을 만들고 2차로 각 제품별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증류탑은 프로판 가스와 프로필렌을 분리하는 설비로 이 공장에서 가장 높다.

 김 차장은 “2차 고도화 설비는 원유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질유를 하루 5만2000배럴씩 추가로 재처리 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라며 “생산목적에 따라 휘발유 주 생산모드와 프로필렌 주 생산모드로 운전할 수 있고 온도와 촉매 함량 조절로 생산되는 프로필렌 양을 11%에서 5%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단식 부지의 가장 상단에 위치한 저장고는 생산된 석유 제품과 중간 제품을 저장하는 곳이다. 앞쪽에 있는 대형 탱크에는 수출용 디젤과 RDS 공정에 들어갈 저급 중유, 고급 휘발유용 알킬레이드 등이 저장돼 있다. 뒤쪽의 소형 탱크는 촉매접촉분해를 통해 생산된 석유제품 중 저급 석유제품을 모아놓는 곳이다.

 김 차장은 “현재 용수, 전기, 스팀 등을 생산하는 유틸리티 시설은 시운전을 마치고 정상 가동을 준비하고 있고 핵심 설비인 RDS와 FCC 등은 4개월간의 시운전을 거쳐 5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고도화 설비가 본격 상업 가동되면 원유 정제 후 약 40~50%를 차지하는 중질유 대부분을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어 정제 마진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산=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