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ㆍ랩, 外人 빈자리 메울까

국내 증시가 외국인만 바라보는 `천수답 장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내 증시는 2009~2010년 50조원을 웃도는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에 가파른 상승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2월들어 사정이 급변했다. 외국인이 신흥 시장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였다. 증시가 갑자기 탄력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외국인 매수세 유무에 따라 주가가 일희일비한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공백을 국내 자금이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330억원, 투신권은 1조6천166억원을 순매도했다.

신흥 증시에서 선진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 증시도 자유롭지 못했다.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이어지면서 투신권도 수급에 부담을 줬다.

이에 반해 연기금은 1조2천658억원, 개인은 3조1천54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지난달 21일 이후로 14거래일째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도 자문형 랩 인기 등과 맞물려 저가 매수 전략을 펼치며, 코스피가 급락한 8~11일 나흘간 1조7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자금 규모로만 보면 연기금과 개인이 외국인 및 투신권 매물을 여유 있게 받아낸 것이다.

다만, 수급의 주도권에서는 연기금과 개인이 중심에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기금은 주식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하락장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상승장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선봉장` 노릇에는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연기금이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규모는 2천억원을 채 넘지 못한다.

개인 자금으로 분류되는 자문형 랩도 폭발적인 인기에 8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불어났지만, 증시 전반의 주도권을 논하기에는 규모가 미미하다.

현대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은 숫자가 너무 많아 특정 방향으로 매매 전략을 취하기 어렵고, 자문형 랩도 특정 종목이 아닌 증시 차원에서 영향력을 논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결국, 기관과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수 또는 매도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시가 다시 상승 랠리를 이어가려면 어느 정도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외국인과 개인, 연기금ㆍ주식펀드 자금이 균형을 이루면서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꼽힌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올해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겠지만 그 강도는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며 "그 격차를 연기금과 개인, 주식펀드 등 국내 유동성이 조금씩 메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