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2기 육성, 청년창업 유도 등을 위해 프리보드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프리보드는 정부가 2013년까지 녹색 전문벤처 1000개를 발굴·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제 1 관문이다. 녹색 벤처를 통해 제2의 벤처 시대에 불을 지피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하다. 기술력과 경쟁력,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있지만 자금이 필요한 프리보드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시장이 기업공개(IPO)에 집중돼 있고 프리보드, 인수합병(M&A) 등의 중간 회수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벤처 창업자들이 투자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은 통상 은행대출, 정책자금을 통해 창업해 모험자본(risk capital)으로 성장한 후 IPO를 통해 자본시장에 진입하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필요 자금의 대부분인 80% 이상을 은행대출 및 정책금융을 통해서 조달하고 있다. 엔젤 및 벤처캐피탈 등 모험자본의 투자가 위축돼 가고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도 성숙기 기업으로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따라서 녹색·벤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특성을 구분, 차등화 된 발전전략을 추진해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자본시장 진입·활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후기 성숙단계 기업을 대상으로 대량의 투자자금이 유입·거래되는 시장은 코스닥 시장이 담당하고, 초기 성장단계 기업은 간접금융 및 정책자금 부문에서 자본시장 부문으로 연착륙을 지원하는 기능을 프리보드 시장이 담당하는 역할분담 체계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유명무실 프리보드 문제점은=프리보드란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증권시장이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주권의 매매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개설한 제도화된 장외시장이다. 프리보드는 정부에서 지난 2004년 발표한 ‘벤처활성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제3시장을 개편해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으로 출범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보드는 자금조달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프리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2~3억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거래 부진 상태에 있으며, 유통시장 기능 침체로 인해 지난해 유상증자 358억원, 회사채 171억원 발행 등 지정기업의 자금조달 실적도 저조한 상황이다.
또 주식 유통에 필요한 형식적 요건만 있어 자본전액잠식기업, 감사의견 부적정·의견거절기업 등 부실기업도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신뢰도가 떨어졌다. 영업실적 부진 기업에 대한 퇴출요건이 없다는 것도 프리보드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요건이다.
무엇보다 매매방식의 비효율성은 프리보드의 선택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상대매매 방식으로 인한 거래부진으로 향후 환금성을 우려한 투자자의 시장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매매가 체결돼 투자자의 매매거래 불편을 초래하고, 통정매매 등 시세 왜곡 수단으로 악용돼 가격신뢰도를 저하하고 있다.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도 없다. 자본시장법에 의한 불공정거래규제(내부자거래규제, 시세조종행위 금지 등)는 상장법인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장외시장인 프리보드에는 법적 투자자보호장치가 없어 가장매매 등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주가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에 의해 제도화된 시장이나 일반기업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혜택이 없어 투자자의 시장이용 기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리보드 개선으로 도약 꿈꾼다=금융투자협회는 그 동안 프리보드 시장 부진을 털고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프리보드를 통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해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고, 미래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프리보드를 거래소 시장을 보완하는 차별화된 자본시장으로 육성하고, 유망기업에 대한 산업육성 지원제도와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성장지원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기업의 성장단계, 특성 등으로 인해 거래소 상장이 어려운 기업 및 주주들에게 자본시장 활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프리보드의 정체성을 정립한다. 초기 성장단계 중소·벤처기업 자본시장으로 녹색인증기업, 신성장동력기업, 정책지원(정책금융, 기업지원제도)기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및 기업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코스닥상장 이전 단계에서 정책자금, 엔젤·벤처 투자자금 등 초기 투자자금의 회수 및 재투자를 위한 중간회수시장으로의 역할을 수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투자협회는 프리보드시장 인프라 개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공정한 가격형성, 유동성 제고, 거래비용 절감 등 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경쟁매매’방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금지 등 불공정거래 규제 조항을 프리보드에 적용토록 정부에 건의했다.
거래비용 절감을 통한 유동성 개선을 위해 세제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프리보드를 통한 주식양도시 양도소득세 비과세 범위를 일반기업 소액주주까지로 확대하고, 0.5%인 증권거래세율을 거래소 수준인 0.3%로 인하할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프리보드 벤처기업에 대해 사업손실준비금 적립 허용도 금투협은 요청했다.
금융투자협회는 프리보드 시장 건전성 및 투자자보호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의 진입요건을 강화하되 코스닥시장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고 성장단계 우량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자들이 투자할만한 기업규모(자기자본, 매출액 등) 및 경영성과(당기순이익 등)를 갖춘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외형요건을 도입하고, 성장단계 기업의 경우 기업의 기술성, CEO 자질, 경영능력 등 질적요건 등도 심사한다는 계획이다.
◇양이 질을 결정, 프리보드 유치 늘려라=프리보드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이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해 활발하게 자금이 돌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협회는 신성장동력기업 등 유망기업 유치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 18개 테크노파크 및 산업단지공단 등 정부 산하 산업육성기관들과 협력 사업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유망기업을 유치하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테크노파크 및 산업단지공단 기업 118사를 프리보드에 예비지정해 투자설명회(분기별), 기업금융 연수(반기별) 등 투자유치 지원하고 있다.
또 프리보드 펀드를 통한 기업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지난해 녹색신성장동력기업에 직접투자한 후 프리보드에 유치해 기업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 현재 5개 기업에 144억원을 투자해 2개 기업이 프리보드에 진입했다.
아울러 정책금융(융자, 투자, 기술평가보증 등)을 지원받는 초기 성장기업을 유치해 프리보드 유망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기업 성장을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책금융 융자, 투자 또는 기술평가보증 지원 시 프리보드 우수 지정기업(지정예정기업 포함)에 대해 우대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와 함께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우수기업을 프리보드에 유치해 프리보드를 중간회수시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진입·퇴출 요건 강화 등 프리보드 활성화 방안 시행과 병행해 프리보드를 통한 투자금 회수에 관심 있는 벤처캐피털이나 금융투자회사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마케팅 전략 등을 모색한다.
최정일 금융투자협회 이사는 “초기 성장단계 기업은 자본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 기업금융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프리보드 아카데미 개설, 프리보드 (예비)지정기업 홍보 및 투자지원을 위해 IR 클리닉, 투자설명회,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IR 지원 등을 전담하는 프리보드 기업성장 지원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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