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런 차원에서 도심형 발광다이오드(LED) 식물공장은 LED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융합 분야 중 하나다.
LED 식물공장은 큰 범주에서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농업의 한 분야로 태양 대신 LED 등 인공광원을 활용하고,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비료에 해당하는 배양액 등을 특정 공간에서 재배하는 것이다.
땅에서 재배하지 않아 친환경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선입견일 뿐이다.
기자는 지난 15일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에 LED 식물공장에서 만든 채소를 공급 중인 인성테크를 직접 찾았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사무실에는 50여평의 공간에 롤로, 멀티 그린, 케일 등 낯익은 채소류가 LED 조명을 받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조명 아래에는 채소류의 생장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있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양액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 신선한 공기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채소를 관리하는 직원들은 모두 에어샤워를 통해 유해한 요소의 진입을 차단한다.
안형수 인성테크 이사는 “외부 오염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병충해가 생길 수 없다”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했다.
채산성은 어떨까. 현재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채소의 가격은 일반 채소보다는 비싸고 유기농 채소보다는 약간 싼 수준이다.
안 이사는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에는 이상 기후의 여파로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작물이 더 싼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인해 상추가 한 상자에 12만원으로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식물공장은 이 같은 외부변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와 1년 내내 동일한 가격으로 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
채소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다. 현재 LED 식물공장 건설비용의 60%를 차지하는 게 LED 광원 도입 비용이다. 향후 LED 조명 시장이 활성화돼 가격이 낮아지면 일반 경작 비용과 유사하거나 혹은 더 적은 금액으로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LED 식물공장이 확산되면 영농환경도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성테크는 현재 국내 모 통신사와 협력해 스마트폰으로 LED 식물공장을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공장에 설치된 CCTV를 보며 채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없는지, 온도와 습도는 적절한지를 모니터링하고 조정할 수 있는 최첨단 농업이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