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검은색 계열의 옷이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살집을 가려주지만, 봄이 돼 옷도 얇아지면 겨우내 해묵은 살들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봄이 한 달여 남은 지금, 당신은 개인 운동코치라도 고용해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만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만약 집안에서 운동방법과 식습관을 조목조목 안내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당신 뿐 아니라 외배엽 체형인 아버지와 내배엽 체형인 어머니에게도 추가로 돈을 받지 않고 이 같은 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가 있다면 어떨까.
홍콩의 인튜이티브 오토마타(Intuitive Automata)가 지난해 말 미국시장에 조용히 출시했던 오톰(Autom Robot)은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미국에서 400달러에 판매되는 이 로봇을 작동하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이용자가 감량 목표치를 설정하면 과학적인 다이어트 식단을 제공하고 운동량에 맞춘 스케줄을 제공해 다이어트를 돕는다.
음성 지원 기능을 고도화해 로봇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것도 차별화 포인트이다. MIT 미디어랩 출신으로 회사를 창립한 코리 키드(Cory Kidd)사장은 “로봇이 동일한 대화를 반복하는 경우는 결코 없다”며 “수 많은 경우의 수에 맞춰 다양한 조언을 할 수 있게 설계됐으며, 향후 소프트웨어(SW)를 업데이트 해 로봇이 할 수 있는 말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로봇이 다이어트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회사측은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경우, 로봇이 개인의 생활을 일정부분 통제한다”며 “스마트폰으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운동하거나, 피트니스센터에 꾸준히 못 가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향후 건강보험사와 협력해 로봇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유통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헬스케어 기술 수준과 로봇 제작 기술은 오톰의 수준을 능가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제 대경산업은 지식경제부 과제로 정부 지원을 받아 사용자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용 마사지로봇인 체어봇을 개발중이기도 하다. 때문에 올해를 기점으로 헬스케어 로봇은 지금은 보편화된 로봇청소기처럼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로봇업계의 한 전문가는 “헬스케어는 로봇에 더해 네트워크까지 결합하면 수요층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며 “가령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간고등어 코치의 운동법을 원격으로 전달받은 로봇을 쳐다보며 집에서 체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