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눈치작전의 결과는 무너진 수급.`
16일 외국인 매도 공세에 장 막판 낙폭을 키워 결국 2000 선이 붕괴된 증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증시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장 초반부터 물량을 막 쏟아냈지만 투신권이 이를 받아내면서 지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투신은 오전까지 4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고 한때 `투신의 귀환`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전날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지수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도 좋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이날 오후에도 그치지 않고 더 거세지자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의 분위기를 살피던 투신권이 매도로 돌아섰고, 개인들도 덩달아 `팔자`에 동참했다. 결국 이날 코스피는 전일에 비해 21.41포인트 하락한 1989.11로 장을 마쳤다. 1990 선조차 지키지 못한 셈이다.
◆불확실성 때문에 수급 무너져=이날 외국인과 개인이 처음부터 순매도로 일관했고, 투신권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주요 수급 주체들이 국내 증시에서 모두 손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투신을 포함한 기관 전체로 봐도 순매도다.
이처럼 이날 주요 수급 주체들이 한꺼번에 증시에서 손을 뗀 것은 증시의 불확실성이 이들을 한꺼번에 짓눌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은 여전히 국내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염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멈추지 않는 매도 공세 이유다. 개인과 투신권은 이런 외국인들이 언제 매도를 멈출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과정이 순환되면서 이날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진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방향성에 대한 확실성이 주요 주체들 간에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인 지지선이 무너졌다"면서 "수급불균형 문제는 지난주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수급 문제는 증시 분위기 자체를 관망세로 돌리고 있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은 2억9323만주, 거래대금은 5조629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달 평균치인 거래량 3억938만주, 거래대금 7조6707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분간 오락가락 장세 지속=시장은 추가 하락보다는 2000 선을 두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급불균형이란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외국인 매도 기조의 변화 조짐, 펀드 자금 유입 등 지수 추가 하락을 막을 요인들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 비해 약화된 외국인 매도와 이달 들어 유입되는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을 고려할 때 가파른 조정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등락을 거듭하는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증시의 추가 하락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외국인의 움직임이 증시에 계속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면서 "현재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이 단기성 자금이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문수인 기자/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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