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내일을 비추는 경영학

[북스 클로즈업]내일을 비추는 경영학

‘세계화’는 기업 경영 환경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두였다. 세계화라는 말을 기업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처음 등장시킨 것은 1983년 5월 1일자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다.

 당시나 지금이나 비즈니스의 구루로 꼽히는 하버드 경영대 시어도어 레빗 교수는 ‘시장의 지구화’라는 글을 통해 세계화라는 표현을 썼다. 레빗 교수는 “신기술 덕분에 미디어가 전 세계로 뻗어가고 통신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며 “그 결과 소비자들의 기호가 비슷해지고 규격화된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과거 상상도 못했던 규모로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날카로운 통찰력은 십 수년간은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면서 사뭇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주권과 문화적 정체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세계화 전략은 도전받기 시작했다. 반세계화 시위가 나타나기도 했고, 결국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와 배치되는 ‘현지화’ 전략이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화와 현지화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 아닌 건 분명하다. 오히려 세계화가 현지화 전략과 만나면서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영 전략은 그 지평과 깊이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여기 세계화를 처음 주창했던 시어도어 레빗 교수의 혜안을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다. 신간 ‘내일을 비추는 경영학’은 유능한 관리자들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어려운 경영학 용어를 배제한 채 간결한 충고를 통해 더 와닿는 조언을 전한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창조적인 ‘변화’를 독려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경영’하는 일이 그것이다.

 레빗 교수에게 효율적인 조직관리란 코끼리를 넘어뜨리는 비법이다. 높은 직위로 올라갈수록 책임과 권한도 동시에 상승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많은 참모들이 올리는 보고서를 접하게 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판단 기준은 바로 현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보고서의 울타리를 벗어나 현장을 직시해야 한다는 충고다.

 경영인에게 혁신적인 생각이란 결국 관습을 타파하는 일이다. “왜 안 되는데?” “그 밖의 다른 대안은?” “그 밖의 다른 사람은?”과 같은 질문을 경영자 스스로 습관처럼 항상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늘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에서 관리자의 일상적인 모습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창조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일이 비단 기업 환경 외에도 세상은 늘 과도기였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목격한 변화에 대해선 많은 얘기를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에는 거의 주의를 주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이 변화로 꼽는 일들의 상당수는 균형 잡힌 시각을 잃은 편협적 인식이라는 주장이다. 이제 조직과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경영하는 법이 남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구매부서만 놓고 보자. 그들은 일반 소비자들보다 훨씬 이성적인 구매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착각인 경우가 많다. 또 그 기업을 상대하는 영업 담당자 또한 단순한 ‘을’이 아닌, 자기 회사의 걸어 다니는 광고 매체다. 저자는 경영자가 신뢰와 실망 사이에서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나폴레옹’과 같은 상이라고 결론 내린다.

 시어도어 레빗 지음, 정준희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펴냄, 1만18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