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는 5월 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조달입찰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PC·모니터·TV·에어컨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조달청은 최근 계약심사위원회를 열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하고 오는 5월 8일까지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본지 2010년 12월 30일자 2면 참조
이들 두 기업이 조달시장에서 제재를 받기는 2005년 1월 다수공급자 물품계약 제도(Multiple Award Scehdule)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행정처분 배경 및 경과=조달청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들 기업이 시스템에어컨과 LCD·PDP TV 정부조달 계약과정에서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의결서가 접수되자 제재조치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6개월 이상 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전자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수요기관의 업무 공백 등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제재기간은 3개월로 최종 결정됐다.
김병안 조달청 과장은 “두 회사의 시장지배력과 수요기관들의 요구 및 애프터서비스(AS) 등 현실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양사는 3개월간 정부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받게 된다. 또 부당 공동행위 대상이 됐던 LCD·PDP TV는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한 판매가 일시 정지된다. 이와 함께 데스크톱PC·모니터·노트북PC 등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이 업체는 현재 부정당업자 제재기간 중입니다’는 팝업 문구가 명시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조달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양사 합쳐 연간 1조원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 반응 및 파장=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조달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반응이다. 각 관공서 및 지자체가 일반적으로 상반기에 예산을 집행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제품이 아닌 중견·중소기업 제품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달 PC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45∼50%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삼보컴퓨터가 20∼25%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삼보컴퓨터 측은 “행망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급속하게 변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큰 수혜는 기대하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운영하는 대리점을 통한 제품 구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PC업체 관계자는 “구매처에서 희망하면 해당 제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각 관공서 및 지자체의 예산집행 시기를 변수로 보고 있다. 5월 8일 이전에 각 관공서 및 학교가 예산을 집행한다면 중소기업 및 외산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 TV 업체들은 오히려 속을 태우고 있다. 중소 TV 업체 관계자는 “동일한 품목을 기준으로 3개 이상 업체가 등록해야만 조달품목 판매가 가능한데, 삼성과 LG전자가 빠지면서 행망 판매를 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김원석·정미나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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