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27>조용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27>조용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4대 강 사업을 단순히 토목 공사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IT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됐습니다. 또 앞선 기술이 있었기에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조용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57)은 “건설도 IT가 핵심”이라며 “앞으로 융·복합 기술에 기반을 둔 첨단 공법을 포함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연구원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건설 산업의 외형은 세계 10위권 수준이지만 기술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연구원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히 올해 이전과 다른 연구원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국토 미래 가치를 구현하는 선도 기관으로 2020년까지 연구 인력과 예산, 선도 기술과 실용화 기술을 단계적으로 늘려 나갈 수 있는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원장으로 취임한 지 3년째입니다. 그간의 성과에 대해 짚어 주시기 바랍니다.

 ▲11대 원장으로 2008년 9월 취임한 이래 건설기술연구원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다는 사실을 통감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원 브랜드와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데 적극 나섰습니다. 브랜드 작업은 다섯 가지 중점 방향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첫째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체성 강화, 둘째 정부사업의 정책 제안기능 강화, 셋째 다학제 간 융·복합 연구능력 배양, 넷째 대내외적 여건 변화에 대비한 미래기술 연구, 다섯째 민간 부문 기술지원 확대였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2009년 연구원이 ‘4대 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일입니다. 국가에서 강력히 추진하는 4대 강 살리기 사업 계획 단계에서 마스터 플랜 최종 마무리까지 참여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또 연구원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담은 ‘KICT 2020 중장기 발전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연구원은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경영 진단을 실시하고 체계적인 경영 목표도 세웠습니다.

 -‘KICT 2020’ 중장기 발전 전략이 궁금합니다. 수립 배경과 주요 내용은 무엇입니까.

 ▲KICT2020 중장기 발전 계획은 한마디로 2020년까지의 건설기술연구원 마스터 플랜입니다. 연구원의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이에 따른 세부 목표를 확정했습니다. 계획 수립 후 제일 먼저 국가 R&D기관으로 연구기획 기능을 확대하고자 부서 단위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2009년 연구원은 학제적 조직 단위를 미션지향적 조직 체계인 본부제로 개편했습니다. 이 후 좀 더 효율적인 조직 구성을 위해 R&D기획팀과 R&D정책팀을 신설했고 대형 융·복합 연구의 발굴 기획과 국가 R&D추진 컨트롤 타워 역할을 원활하게 하는 등 체계적인 조직 개편을 이뤘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연구원은 브랜드 과제 20건을 ‘국토해양 R&D 그린-업(Green-up) 30’ 사업에 반영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는 연구원이 대형 국가 R&D 과제를 수주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건설 기술 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상당한 성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2010년 연구원의 가장 큰 결실 중 하나는 오랫동안 숙원해오던 ‘SOC 실증연구 센터 조성사업’ 설계 예산을 확보한 일입니다. 이로써 연구원은 SOC 실증연구 센터 조성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SOC 실증연구 센터 조성사업은 앞으로 5년(2011~2015년) 동안 총사업비 365억원(정부출연금 290억원, 자체예산 75억원)을 들여 경기도 연천읍 옥산리 74만5000여㎡에 실험실증 연구센터를 구축하는 게 골자입니다. SOC 실증연구 센터는 연구원이 건설교통 분야 신기술 검증과 보급을 위한 국가 공용 대형 실험장을 확보하고 기업에 기술의 실증시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 건설기술 허브 구축을 위해 추진한 사업입니다.

 센터는 첨단 도로기술 검증센터, 하천 수리수질 검증센터, 그린빌딩 기술 검증센터, 건설교통R&D 실증센터 등으로 구성돼 실물 크기의 대형 실험장에서 각종 건설 관련 첨단 기술을 시험하고 연구할 계획입니다.

 -올해 연구원 운영 계획이 궁금합니다. 역점을 두는 사업은 어느 쪽입니까.

 ▲최근 출연연구원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이에 따라 앞으로 출연연구기관의 구조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설립 전에 출연연의 구조 개편작업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지휘하게 될 ‘출연연 선진화 추진기획단’까지 출범했습니다.

 외부 상황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2011년도 상반기 출연연구기관은 외부로부터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의 국가와 사회 위상과 역할을 더욱 더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합니다. 올해 연구원은 ‘국토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연구원’ 비전에 따라 수립한 ‘KICT 2020 중장기 발전 계획’에 맞춰 연구원의 질적 도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로 분야의 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로 건설 현황은 어떻습니까.

 ▲국내 도로 교통도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습니다. 2010년 9월 추석에는 교통량이 예년보다 7% 이상 증가했지만 교통 상황은 오히려 2009년보다 좋았습니다. 통행 시간이 단축되고 명절 교통대란이 사라지게 된 것은 한층 발전된 IT가 도로교통에 적극 활용되면서 노선을 우회, 분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20년간의 획기적인 도로망 확대가 제구실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최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1991년 수립한 법정 계획으로 설정된 국가간선망 계획은 차량 등록대수가 203만대이던 시절에는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으로 형성됐습니다. 차량대수가 8배나 늘어 1700만대에 육박한 지금은 국가간선망계획이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비롯해 서해안, 중앙, 중부내륙, 대전-통영, 서울-춘천, 대구-부산, 그리고 천안-논산 등 1991년 이후 고속도로망 확장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국가도로망은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였습니다.

 -우리 건설 기술은 어느 수준입니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2009년 말 한전 컨소시엄이 UAE와 400억달러 상당의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전반적인 발주 물량 감소에도 우리 기업의 우수한 시공능력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정부의 건설 외교 등이 뒷받침된 결과입니다. UAE에 세워진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칼리파(Burj-Khalifa)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기업의 시공기술은 이미 꽤 높은 수준에 와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건설에 관한 수주는 지난 2004년 75억달러에서 2010년 716억달러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내는 등 경제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세계 10위권 수준이지만 진짜 문제는 기술력이 이를 따르지 못하는 점입니다. 최근 건설사의 해외건설 공종별 구성은 플랜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토목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건설 기술 발전을 위해 시급한 사안은 무엇입니까. 건설업에서 중요한 토목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궁금합니다.

 ▲우리 건설사의 토목 비중은 기형적으로 높았던 2000년(50.9%)을 제외하면 1998년 이후 평균 12.4%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플랜트 수주가 급증하면서 토목 비중은 2010년 10월 현재 5.3%로 추락했습니다. 1998년 34.1%까지 올랐던 건축 분야도 9.7%로 떨어졌습니다. 1998년 48.2%를 차지하던 플랜트만이 81.0%로 크게 늘었을 뿐입니다. 특히 ‘빅5’를 제외한 건설사의 플랜트 편중, 토목 약화는 더욱 두드러질 예정입니다.

 또 우리 엔지니어링 기업의 해외 시장 점유율은 2009년 0.5%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세계 200대 엔지니어링 기업에 속하는 기업도 2009년 기준 6개에 불과해 21개인 중국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업체의 토목 부문에서의 약세 현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토목 분야에서 국내 건설업체가 발을 디딜 곳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토목 분야는 중국·인도 등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고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패키지 사업 등 투자 개발형 토목 분야는 몇몇 해외 선진국이 독식하는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국내 건설산업 특히 토목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설계와 사업 관리를 포함한 해외건설 패키지 사업이 필요하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설계 부문에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 부합되는 건설인력 확보·관리, 저탄소녹색기술, 초대형 건설사업 등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노력과 그에 맞는 세계수준의 R&D 투자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올해 건설기술연구원 중점 사업은=건설기술연구원은 올해 ‘KICT 2020’ 비전 실현을 위해 기관 고유 브랜드 확립과 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융·복합 사업의 질적 성과 달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먼저 국토 미래가치를 구현하는 선도기관으로 새로운 위상 확보에 나선다. 2020년까지 연구 인력과 예산·인프라·선도 기술과 실용화 기술 등을 단계적으로 늘려 나가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제언 역할을 충실히 수행키로 했다.

 두 번째로 혁신 체제를 구축하고 성과를 질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관 정체성 구체화와 비전 재정립, 정책 이슈 대응형 전략기술 로드맵 구축, 연구원 고유 R&D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체계 확립, 정책 전략 기획기능 강화, 기술이전 확산기능 강화 등 14개의 경영 혁신 전략과제의 성과를 이뤄낼 계획이다. 핵심 가치와 고유 임무에 집중하고 정책 이슈선점을 통한 선제적 기술을 개발하며 R&D 포트폴리오 관리 체계 확립과 융·복합 대형 R&D 수행을 통한 정책·산업이슈 대응력 제고로 전략적인 경영에 나선다는 비전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로 당면해 있는 국가 현안과 사회 과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연구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저탄소 녹색도시, 그린도로, 스마트 SOC, 고효율 물 관리, 안전한 국토, 글로벌 건설시스템, 신 국토창출 등 7대 브랜드 연구과제에 따른 사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통해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도시’ 구축을 목표로 에너지 자립, 자원 순환형 도시 모델 개발과 핵심기술의 실용화를 통한 한국형 저탄소 녹색도시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키로 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로의 건설 및 이용관련 신재생 에너지 창출, 온실가스 저감, 유해물질 흡수분해 등의 실현으로 저탄소 녹색기술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새로운 재료 적용 및 첨단 IT와 건설 기술을 융합해 사회기반시설 건설 기술을 개발하고 수자원 부존량의 불안전성을 야기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 물 안보 확보를 목표로 수량, 수질, 하천환경, 친수공간을 마련하는 등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물관리 기술 개발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홍수, 지진, 화재 및 교통사고 등의 재난 피해 경감을 위한 맞춤형 안전대책 수립을 목표로 재난통합, 연계 관리할 수 있는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해 2020년 선진국 대비 80~90% 수준의 첨단 재난안전 기술을 확보키로 했다.

 

 ◇조용주 원장은=조용주 원장은 1979년 5월부터 2008년 8월까지 국토해양부에 근무하면서 국토건설 분야에서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교통시설국장, 기술안전국장,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도로국장 등을 거쳐 2007년 11월부터는 건설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1급 공무원)을 지냈다. 도로정책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으로 국내 도로에 관한 한 전문가로 통한다. 한양대 토목과를 졸업한 기술고시 출신으로 건설교통부 시설 국가기간 도로망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토해양부 상임위원을 거쳐 2008년 9월부터 건설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27>조용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