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ㆍ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와 진흥기업 부도위기 등의 여파로 2000 밑으로 추락한 코스피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말 이집트 사태 이후 지속돼 온 투자심리 냉각에 내부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17일 코스피는 0.60%(11.89포인트) 내린 1977.2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2000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기관의 손절매 물량이 늘면서 연중 최저치인 195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금융주 직격탄=자산 기준 업계 1위 부산저축은행 계열 2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로 금융주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날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를 포함한 은행주들은 외환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2.86%), KB금융지주(-2.25%)의 하락폭이 컸다. 지역적으로 관련성이 높은 부산은행은 4.36%나 떨어졌다. 증권업종도 미래에셋증권을 빼고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업종 대표주인 삼성증권과 대우증권도 각각 2.95%, 2.51% 하락했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은행계 금융주들은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때문에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소식 때문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모양새가 됐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업계 1위 부산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적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KB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4대 은행계 지주회사는 추가적인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황석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건설업종 대출에 대해 추가 충당금 적립 등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M&A 대상이 될 저축은행이 10곳을 넘을 것으로 예상해 은행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주들도 저축은행발 악재가 주식시장 조정이 장기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주도주 돌아가며 파나=조정이 길어지면서 기존 주도주 역할을 했던 종목들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 외국인과 자문형 랩의 집중적인 매수를 통해 상승했던 업종들이 조정이 시작되자 반대로 가장 먼저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매도가 늘어나면서 코스피는 4.47% 하락했다. 기존에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건설, 화학, 조선주는 훨씬 낙폭이 크다. 건설업종은 14.5%, 화학업종은 7.74% 하락했다. 이날도 진흥기업의 부도위기 여파로 건설업종은 3.18%나 떨어졌다. 대우건설은 압수수색 영향으로 4.08% 하락했다. 조선과 자동차업종이 같이 포함된 운송장비업종은 6.38% 하락했지만 이 중 조선업종이 10% 이상 급락했고 반대로 자동차업종은 하락장에서도 소폭 하락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업종은 2.72% 하락하는 데 그쳐 선방했고 기존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철강금속업종이 4.1% 올라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존 주도주들이 주로 외국인과 기관에 의해 상승했는데 하락장에서 외국인이 파는 것을 받을 세력이 없기 때문에 더 낙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자문형 랩에 의해 시작된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하락장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는 "고객들이 포트폴리오를 투명하게 알 수 있어 과거 상승장에서는 추종세력이 생기면서 해당 종목 주가가 더 빠르게 오르는 장점이 있었다"면서 "하락장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수를 추종하는 것처럼 매도도 추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자문형 랩에 포함된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는 분석도 있다.
◆계절적 악재가 작용?=여기에 2~3월 계절적 요인이 코스피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저축은행이나 건설 관련 PF 부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제2금융권의 결산은 12월이 아닌 3월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또 음식료와 연관된 인플레이션 발생도 비수확기인 4분기와 1분기에 주로 불거지는 이슈라고 설명된다.
2009년부터 나온 유럽 위기 역시 국채 만기일이 몰린 2~3월에 악재로 작용하곤 했다는 것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120일 선(1945)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2100을 넘으면서 더 올라간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기관 로스컷(손절매)은 바닥의 신호"라며 "3월 중후반 이후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을 사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조시영 기자/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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