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에어컨 브랜드 ‘캐리어’가 한국 기업이 됐다. 앰뷸런스, 장애인차 등 특수차량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주)오텍이 최근 캐리어코리아의 모회사였던 UTC로부터 80.1%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국내 기업이 된 캐리어(주)는 장기적으로 에어컨의 본고장인 미국에 자체 개발한 제품을 수출하는 꿈을 꾸고 있다.
광주광역시 하남공단에 위치한 캐리어 공장. 비행기 격납고 같은 형태의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고객을 잃는 것은 부모님을 잃는 것과 같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회사의 시스템을 영업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강성희 캐리어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회사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비장함이 묻어난다. 내부에 들어서니 한국형 KTX에 납품될 철도차량용 냉방 에어컨이 한창 제작 중이다. 김수철 이사는 “이 제품은 KTXⅡ 전라선 객실에 공급 중인 냉방기로, 고속철이 터널에 들어가더라도 탑승자들에게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들어주는 차별화된 기술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캐리어 시스템에어컨은 그동안 힐튼호텔을 비롯 연세대·고려대에 설치됐고,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는 KTX와 한국형 고속전철에도 설치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함종식 전무는 “지난해에는 경찰서 우체국 학교 등 관공서와 관급 공급물량이 줄었으나, 올해는 정상화 시킬 계획”이라면서 “해양 구조물, 시추선, 석유개발 관련 플랜트에 들어가는 냉동기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춰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 한 켠에는 연구개발(R&D)센터에서 개발된 에어컨의 신뢰성 테스트가 한 창이다. 연간 37만대 규모의 일반 에어컨이 양산되기에 앞서, 실내기와 실외기에 대한 소음 테스트가 여기서 이뤄진다. 지난 2000년 공인인증기관으로 지정된 소음 테스트실 내부는 방송국 스튜디오를 빼닮았다.
캐리어는 올해 7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51명이던 연구개발 인력도 올해 말 63명으로 늘린다.
◇미니 인터뷰
강성희 캐리어 회장은 “올 들어 1∼2월 실적이 당초 계획을 초과달성하고 있다”면서 “수출확대와 공격적인 국내영업을 통해 2013년 경 5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캐리어는 올해 매출액 3123억원, 영업이익 250억원 달성이라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생산차질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전직원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강 회장은 “2012년 4000억원, 2013년 5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며, 2012년 하반기부터 상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영업의 경우, 오는 3월 인천·원주·전주에 지방 영업소를 추가로 개설하고, 방판조직을 활성화 시키는 등 판매채널을 확대한다. 또 하이마트 등 양판점 전용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형태의 인버터 에어컨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시스템에어컨 사업은 캐리어의 인버터 냉동기, 도시바의 대형 에어컨(SMMS-i)을 앞세워 점유율을 올려 나갈 예정이다.
강 회장은 해외 영업에 대한 강한 의지도 밝혔다. “수출비중을 50%까지 늘리는 게 목표며, 이를 위해 해외 영업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캐리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중동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자체 브랜드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저가 보급형 에어컨을 앞으로 중동과 동남아 시장에 내다 팔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올해 수출부문에서 500억원, 내년도 1000억원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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