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식 혁신’이 서서히 힘을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비만증’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대대적인 인력 조정을 펼친 이후다.
그는 연초 신년사에서 ‘혁신성으로 무장하자’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자’고 주문했다. 보수적이고 변화에 소극적인 금융권으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금융권은 ‘언제나 아이디어가 넘쳐난다’는 그가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주목해 왔다. 특히 지난해 KB금융지주가 업계 최악의 실적을 기록, 이를 만회하기 위한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낼지 관심이 쏠렸다. 금융재무통이었으나 고려대 총장, 정보통신부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한미FTA 국내대책위원장 그리고 국가브랜드위원장 등 금융에서 한발 떨어진 곳에서 봐 왔던 그여서 더욱 그랬다.
어윤대식 혁신의 첫 번째 카드는 신개념 점포인 ‘락(樂)스타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0일 숙명여대와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그 수를 크게 늘려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42개를 오픈한다. 락스타존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뜨고 있는 소통수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대학생 중심 미래 점포다. 은행 서비스는 물론이고 세미나, 미니 카페, 영화·음악 감상 등이 가능하다. 기존 은행 점포에 카페·미디어월 등이 함께 들어갔다. 매년 ‘위기’를 외치며 좀체 당장 돈이 안되는 곳에 투자를 안하는 금융권으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 회장은 단호했다. 그는 개점식에서 “3~4년간 수익이 나지는 않겠지만 젊은 은행 이미지를 강화하고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어서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미래전략위·국가브랜드위원장을 역임한 그의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다.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Cow)인 대기업을 챙기는 모습도 관심이다. 금융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그는 비금융 인맥을 넓힐 기회를 맞았다.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최근 삼성·LG·현대차 등 15대 대기업 총수들과 연이어 면담을 가졌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주의 수장으로서 만남의 취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어 회장은 “대기업 거래가 늘고 있으며, 2월 말이면 가시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민은행은 대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대기업과 기관고객 전담 조직 셋업도 최근 마쳤다.
KB국민카드를 통한 혁신도 기대된다. 어 회장은 ‘5% 미만에 머물고 있는 비은행 수익비중을 2013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내달 2일 분사하는 KB국민카드가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카드는 16일 분사 확정 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마케팅과 상품개발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기존과는 마케팅과 상품 수준에서 크게 변화가 예상된다.
그룹 관계자는 “회장의 혁신 요구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그룹 전반적으로 사기가 저하돼 있던 것이 사실인 만큼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와서 정확히 방향을 제시하면서 하고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