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쪼갠후 재상장 어려워진다

지난 15일 미원상사에서 분사한 후 재상장한 미원화학은 주식 수가 불과 45만주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주식 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 재상장과 함께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급락했다.

앞으로는 미원화학(주식 수 45만8297주)처럼 분사 이후 주식 수가 100만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재상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1일 "분사 이후 재상장하는 기업의 주식 유통 물량이 너무 적어 주가가 급등락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며 "상반기 내에 규정을 만들어 재상장 요건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재상장 규정 강화에 나선 것은 기업을 둘로 쪼개는 것을 검토 중인 곳은 늘고 있는 반면 신규 상장과 달리 규정이 느슨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부터 분사한 후 재상장한 기업은 46개(인적분할 기준, 유가증권시장 38개ㆍ코스닥 8개)에 달한다.

분사 후 재상장과 관련해 거래소가 요주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주식 수가 100만주 안팎에 불과해 급등락 염려가 있는 기업이다.

현재 신규 상장 때는 최소 주식 수가 100만주 이상 돼야 하지만 분사 후 재상장할 때는 이런 규정이 아예 없다.

거래소는 규모가 작은 상장 기업들이 특정 사업부를 분사시키면 이런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분사 기업의 재상장 때도 신규 상장 때와 마찬가지로 주식 수가 100만주 이상 돼야 한다는 규정을 우선 넣기로 했다.

또 분사 후 새로 생기는 신설법인에 대한 재상장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분사를 결정하면 주주총회 전에 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분사 후 자동 상장되는 기존 존속법인에 대한 심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의 한 사업부가 B로 분사해 A(존속법인)와 B(신설법인)로 쪼개지면 존속법인 A는 자동 상장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설법인에 주요 사업을 모두 넘기고 존속법인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을 때도 존속법인은 자동 상장이 되는데,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존속법인에 대한 상장 적격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주가가 급등했을 때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다.

퍼시스에서 분사한 팀스는 지난달 재상장하자마자 급등해 시초가 대비 두 배가 넘는 10만원을 넘자 대주주가 10% 넘는 지분을 매각했다. 팀스 주식 수는 100만주에 불과한데, 대주주 지분이 60%를 넘어 실제 유통 물량은 40만주가 채 안된다.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한 후 주가는 다시 반 토막이 났다. 대주주가 6개월 이상 주식을 의무 보유해야 하는 신규 상장 때와는 달리 재상장은 이런 규정이 없다.

거래소는 재상장 때도 대주주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있어 고심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상장 때 이미 제한을 했는데, 재상장 때 또다시 규제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주주에 대한 매도 제한 없이 최소 주식 수만 제한하는 정도로는 주가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보호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많다.

봉원길 대신증권 종목전략팀장은 "기업분할을 하는 목적은 회사마다 달라 일괄적으로 얘기하긴 힘들다"면서도 "결국 주가는 기업 실적에 수렴하게 되지만 유통 물량이 적으면 초기에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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