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거시건전성부담금(이하 은행세)을 도입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에 은행권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다음 달 7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며 외국환거래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5월, 늦어도 6월까지 시행령을 개정해 은행세 부과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애초 정부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은행권 장기와 중기, 단기 외채에 은행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이나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은 은행세 국회 통과 여부보다 정부가 시행령에서 은행세 부과율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할지를 더욱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다.
은행세 부과율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결정되면 국내로의 달러 유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은행권은 해외 차입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은행세 도입과 관련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임시국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서도 거시전건전성 확보를 위한 은행세 도입 취지에 대해 충분히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세 도입 자체는 환시에 노출된 재료
원·달러 환율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은행세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크게 요동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세 도입은 이미 지난해 12월 정부 발표로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에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노출된 재료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권 딜러들에 따르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과 국내 시장참가자들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은행세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이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인식하고 달러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환율도 은행세 도입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한 바 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은행세 도입은 외환시장에서 기정사실로 인지하는 사안"이라며 "따라서 2월 임시국회에서 은행세 도입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장참가자들이 이를 새로운 사실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채권 투자 과세가 지난 1월부터 시행됐지만, 이 또한 노출된 재료로 인식했었다"면서 "환율은 은행세라는 이미 알려진 재료에 크게 반응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부과율을 책정하면 외환시장은 이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딜러는 "정부가 은행세 도입 발표 당시 단기외채에는 0.2%, 중기 외채에는 0.1%, 5년 이상 장기외채에는 0.05%가량의 부과율을 예시했다"며 "최종 확정되는 부과율이 당시 예시보다 높으면 환율은 강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부담 연간 2천억원 넘을 듯
정부는 외화부채 만기에 따라 단기(1년 이내)는 0.20%, 중기(1-3년)는 0.10%, 장기(3년 초과)는 0.05% 요율로 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은행세 도입으로 은행권의 연간 부담액이 적게는 연간 2천억원, 많게는 2천5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은행권 연간 은행세 부담금 2천억원에서 2천500억원은 단기 외채에 대한 부과율을 0.20%로 적용했을 때로 보면 된다"며 "40여개의 국내 외국환은행을 모두 합치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은행세 부과 요율을 최고 0.5%까지 부과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끝내고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부는 법률에서는 요율을 0.5%로 규정했지만, 실행 요율은 시행령을 통해 지난해 은행세 도입 발표 당시 제시한 예시 요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예외 조항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재정부는 지난해 입법예고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 또는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 등으로 국민경제의 거시건전성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때에만 6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0.5%를 초과하는 부과 요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규제심사에서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요율에도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권고에 따라 최종 정부안은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기간의 비예금성외화부채 등 잔액의 증가분에 대해 재정부 장관이 고시하는 부과요율(추가부과요율)을 적용하되 전체적으로 1%를 넘지 않도록 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말 현재 은행권 전체 부채에서 외화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은행이 15.3%이지만 외은지점은 54.9%나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