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 포화속으로]<하>과제와 전망

 지난 1998년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뒤, 현재까지 스마트금융 진화의 역사는 안전성 강화의 역사기도 하다. 스마트금융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성의 바탕 위에서 성장하고 확산될 수 있다.

 한 금융IT 원로는 “아직 스마트뱅킹, 스마트 주식거래, 스마트카드 등에서 지난 2003년 1·25 인터넷대란과 같은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은 그 자체가 안전해서가 아니라, 아직은 이용이 국한돼 있고 사용자층이 얇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스마트금융이 전면 대중화되려면 보안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IT업계의 기술·인프라 융합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용하기 쉬운 스마트금융 환경’을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권의 ‘신개념’ 투자 필요=지난 2009년 말 국내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은행·카드 등 금융권 전반에서는 스마트환경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적극 진행해 왔다. 그러나 투자 규모는 일상적으로 해오던 시스템·IT 하드웨어 투자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스마트금융 환경이 이런 일부 시스템 교체나 개선 등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혁명의 개념 그 자체가 말해주듯, 금융의 범위를 뛰어넘는 융합·창조적 아이디어·서비스 연계를 위한 신개념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금융계에 지금까지 없었던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스마트금융 시대에 통신사가 됐든, 카드사가 됐든, 은행이 됐든 시대 트렌드를 완전히 뒤바꾸는 파괴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보다는 진흥을, 관행보다는 도전을=금융권에는 여전히 정부의 규제기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 재산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제와 감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스마트금융과 같은 새로운 흐름은 정부의 시각이 얼마나 탄력적으로 작용하는지에 따라 세계시장을 선도할 산업과 비즈니스모델(BM)이 만들어질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특히 스마트금융산업의 글로벌 표준을 우리가 먼저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 전파할 수도 있는 일이다.

 정부는 이미 자동차, 조선 등 제조산업과 IT의 융합을 지원해 오고 있듯이 스마트금융 관련 핵심 기술과 차세대 BM 확보를 위해 ‘금융+IT 융합지원센터’(가칭)를 만들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인식 전환, 시대를 바꾼다=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스마트금융 애플리케이션을 블로그, 게시판 등에서 마구잡이로 내려받지 말고 스마트폰에 비밀번호를 남기거나, 보안카드를 카메라로 촬영해 갤러리에 남겨두지 말라는 내용의 스마트금융 안전 10계명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스마트금융은 ‘안전하고 편한 금융서비스’로 진화해 나간다. 좀비PC가 그렇듯, 개인의 부주의로 단 하나의 스마트폰만 뚫려도 전체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양방향성을 적극 활용해 스마트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전파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진호·김준배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