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스토리지 신제품을 내놓고 한국 하드웨어(HW)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 솔루션(DBMS) 시장의 60%가량을 과점하고 있는 오라클이 가세하면서 HP·IBM·EMC 등이 주도해온 국내 HW 시장이 지각변동을 맞을 전망이다. 오라클은 지난해 HW업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이후 SW와 HW를 묶은 ‘어플라이언스’ 제품으로 공세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한 바 있다.
오라클은 22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엑사바이트(1000PB)급 스토리지 ‘오라클 스토리지텍 T10000C 테이프 드라이브’를 국내 발표했다.
이 제품은 썬의 기존 테이프 드라이브 스토리지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이지만 ‘오라클’ 브랜드로 국내 공식 소개된 첫 HW 제품이다.
오라클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제품은 하나의 테이프 라이브러리 단위로 IBM 제품의 17배 용량, EMC 디스크 전용 제품과 비교하면 성능이 50배 이상 뛰어나다. IBM의 TS1130 등 다른 모든 테이프 드라이브의 50~70%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며 경쟁사를 직접 겨냥했다.
오라클은 이날 시장점유율 60% 안팎으로 국내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DBMS 등 솔루션과 스토리지·서버 등을 한데 묶어 판매할 계획도 내놓았다.
옹치벵 오라클 아태지역 스토리지사업부 부사장은 “세계 최대 용량의 스토리지텍 T10000C에도 엑사데이타(오라클의 어플라이언스 제품)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 때문에 신제품 발표를 계기로 오라클이 SW 경쟁력을 등에 업고 기존 썬의 스토리지와 서버 등 HW 시장점유율을 공세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DC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합병 전 썬의 국내 스토리지 시장점유율은 2.5%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60%대의 DBMS와 묶음 판매를 통해 가격단가 인하 등을 단행할 경우 HW시장에서도 단번에 메이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오라클은 썬 합병 이후 그동안 파트너십을 형성해오던 HP 등에 SW 공급가액을 100% 인상하기로 하는 등 공세적인 마케팅에 착수했다. 또 썬이 히타치 등으로부터 OEM으로 공급받던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수급도 중단했다.
오라클은 테이프 스토리지에 이어 디스크 스토리지 제품도 잇따라 출시하면서 기존 HW 업체들을 압박할 방침이다. 그동안 SW 판매에만 주력해온 오라클이 매출 단가가 높은 HW 판매까지 겸하면서 한국에서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국오라클의 매출은 2875억원으로 1조원대의 HP·IBM 등은 물론이고 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보다 국내 매출면에서는 한참 뒤져 있는 상황이다.
EMC·IBM 등 기존 HW 강자들의 반격도 본격화될 태세다. EMC와 IBM은 지난해 각각 그린플럼, 네티자 등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기업을 인수하고 반대로 오라클의 아성인 SW시장을 파고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 1위 기업 EMC는 올해 국내 스토리지 시장 성장 예상치 6.3%의 3배 가까운 18% 성장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EMC 관계자는 “오라클이 스토리지 첫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HW업체와 경쟁이 본격화하겠지만 데뷔작으로 내놓은 제품이 점점 사용자가 줄고 있는 마그네틱 테이프 드라이브 스토리지여서 당장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신경전을 펼쳤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