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불안한 국제유가에 불을 붙였다.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해서 쓰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22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30개월 만의 일이다.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등 중동 국가로 민주화시위가 확산되면서 석유 수급이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 악재로 떠올랐다.
중동발 위기에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38포인트(1.83%) 내린 1969.92로, 코스닥은 8.53포인트(1.69%) 내린 512.06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전날 1만857.53에서 22일 1만664.70로 192.83포인트(1.78%)나 떨어졌다.
리비아 정국 불안이 심화돼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면, 국내외 증시가 장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8대 산유국인 리비아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집트와는 다르다”며 “수에즈 운하 봉쇄 우려라는 이집트발 악재와 달리, 직접적인 공급 충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비아의 불안이 예멘 등으로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에도 여파가 있을 전망이다.
서 연구원은 “전일 유럽금융주가 하락한 것은 중동지역 국가의 신용부도스왑(CDS)이 상승하면서 이를 보유한 유럽국가의 금융이 불안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중동 사태가 확산될 경우 금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리비아 사태로 인한 직접적 타격은 거의 없겠지만, 향후 동향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감원 측은 “국내 금융회사의 리비아에 대한 익스포저(투자 신고에 따라 노출된 금액)와 차입금이 없어 리비아의 정치 불안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국내 금융사로 하여금 외화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