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5년간의 공백을 깨고 내놓은 코란도 4세대 모델, 코란도C를 시승했다. 개발 도중 회사가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면서 하마터면 세상에 못나올 뻔 했던 차다.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안팎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임금 지급을 늦춰 자금을 마련하고 개발진이 협력사 사무실을 전전하는 등 악착같이 매달린 끝에 이 차를 완성시켰다. 그러한 산고 덕분인지, 코란도C는 잔꾀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을 수 있다.
소형 SUV인 코란도C는 지금까지의 코란도와, 혹은 쌍용의 SUV들과도 많이 다른 차다. 쌍용 최초의 앞바퀴 굴림 기반 차량이고, 쌍용 최초의 (프레임 타입이 아닌) 모노코크 타입 SUV로,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쌍용차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코란도C 외의 모델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고, ‘SUV 전문기업’의 이미지도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이어받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의 실패(?)들을 의식한 탓인지 외관 디자인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우리나라와도 종종 연을 맺고 있는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참여시켰다. 이미 여러 차례 노출이 됐던 탓에 벌써 식상함이 느껴질 정도지만, 제주도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만난 코란도C는 예상보다 좋아 보였다. 경쟁제품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폭넓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
그에 비해 아쉬움이 큰 것은 요즘 차 같지가 않은 앞좌석 공간의 실내 디자인이다. 이름에 들어간 ‘C’가 뜻한다는 ‘Classy’의 ‘세련된’ ‘고급’ ‘귀족적’이라는 의미 중 어느 하나와도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아울러 최고급형이라 할 수 있는 시승차도 재질감이 썩 좋지 못했다.
다행히 뒷좌석에서의 만족감은 한결 낫다. 우선 체감 공간 면에서 경쟁 모델들보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등받이는 뒤로 더 기울일 수도 있고, 앞으로 접으면 방석 부분이 내려 앉으면서 높이를 맞춰주는 덕분에 트렁크 바닥과 보기 좋게 이어지는 넓은 적재공간을 얻을 수 있다. 실내 곳곳에 마련된 요긴한 수납공간과 가방걸이, 옷걸이 등도 실용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코란도C에 탑재된 2.0리터 4기통 디젤엔진은 자동변속기 기준 18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자주 쓰게 되는 2000~3000rpm 영역에서 36.7㎏·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우선, 성능 수치가 요즘 기준으로 부족하지 않을 뿐더러, 경쟁모델이 빼먹은 밸런스 샤프트를 갖고 있어 소음·진동면에서 유리하다. 내구성 면에서도 쌍용이 그동안 사용해온 벤츠 디젤엔진보다 오히려 나은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변속기는 6단을 채택해 역시 요즘 기준에 뒤지지 않는다.
직접 시승해본 결과, 공회전이나 가속 시 소음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 진동으로 인한 불쾌감은 없었지만 음량과 음질은 세련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속성능이나 민첩성도 제원이 보여주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저 무난한 정도다. 추세에 맞게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조향장치는 저속에서도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편. 코너링 시에는 요즘의 도시형 SUV답지 않게 차체 좌우 쏠림이 두드러진다. 승차감과 함께 여러 연령대를 공략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시승차는 평소 앞바퀴만 굴리다가 필요할 때 저절로 4륜구동으로 전환되는 AWD모델. 공인연비가 리터당 13.1㎞인데, 100㎞ 남짓을 주행한 이번 시승에서는 8.1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