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소설 ‘뇌’를 보면 신체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생각만으로 인터넷 세상을 떠도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가 가진 소설 속 상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계적인 조작 없이 운전자의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는 것. 아직 실용화까지는 10~20년이 남았다는 평가지만 투자와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라울 로자스 교수팀은 뇌 조작만으로 운전이 가능한 ‘메이드인저먼’(madeingerman)이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공개했다.
“우리는 최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브레인 드라이버’(brain driver)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뇌 조작만으로 운전을 할 수 있는 기술인데, 이미 아이폰·아이패드·안구인식장치로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실용화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뇌를 활용한 지능기기라는 점에서는 큰 가능성을 봤습니다.”
브레인 드라이버는 좌회전·우회전·직진 등 특별한 명령어를 기억한다. 연구팀은 폴크스바겐 파사트 자동차를 개조해 ‘반자동제어장치’(드라이브바이와이어, drive-by-wire)에 명령어 시스템을 넣었다. 이를 통해 운전자가 생각만으로 엔진과 브레이크, 그리고 핸들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은 미국 ‘이모티브 시스템즈’(emotiv systems)가 개발한 ‘뉴로헤드세트’에 기반하고 있다. 이모티브 시스템즈의 뉴로헤드세트를 이용하면 조이스틱이나 마우스·키보드 같은 외부 입력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머리에 연결된 센서만을 이용해 격투게임·골프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의료 분야에는 이미 뇌파를 측정하는 각종 장치가 개발돼 사용돼 왔다.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EEG’(Electro Encephalo Graphy)라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이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브레인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는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장치로써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만간 우리 중 누군가가 무인 택시를 타고 생각만으로 자신의 목적지를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