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중소기업비서관으로 2년 7개월간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중진공을 맡았다.
중진공은 연간 3조원을 다루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기관이다. 송 이사장은 지난해 말 제2기 벤처지원대책을 포함, 기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책과 관심을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안팎의 평가다.
그는 청와대 근무 당시 중진공의 업무를 많이 지켜봤다. 그러다 현장에 직접 뛰어드니 움직일 것이 많다고 했다. 청와대 시절 생각했던 내용을 직접 실행하니 일할 맛이 난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송 이사장은 “직원들도 적극적이라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변화를 직감하고 있다”며 “올해 달라질 중진공의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한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소회와 기관 운영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짧지만 중소기업의 숨결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조직의 최고경영자로서 처음 발을 내딛은 중진공에 애착을 가지고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새롭기만 했던 조직에 들어와서 우리 식구들과 밤낮 가리지 않고 함께 호흡하면서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열정이 저 못지않다고, 아니 그보다 훨씬 강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과 함께라면 그 무엇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이러한 열정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이사장 임기 중에 중진공을 명실상부한 ‘중소기업 정책이원 중심기관’이라는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경영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중진공이 ‘잘할 수 있는 일’과 ‘꼭 해야 할 일’을 정해 ‘선택과 집중’의 경영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바로 △최적의 정책금융기관 △최고 인재양성기관 △최강의 컨설팅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애착을 갖고 추진 중인 분야는 무엇입니까.
▲직원 전문업종제와 청년창업사관학교입니다. 이사장을 맡은 후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법에 대한 주문을 많이 합니다. 주요 업종을 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 분야를 20~30년 맡으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되어야 기업을 컨설팅할 수 있고 진단을 제대로 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소기업 종합병원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업종별 전문가제도를 만든 것입니다. 은행처럼 단순 대출기능으로는 중진공의 정체성을 살릴 수 없습니다. 진단하고 처방내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처방전에 맞춰 치료하는 것이 중진공의 원래 모습입니다. 이것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모습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제 임기 동안 올인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앞으로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가 화두로 떠오를 것입니다. 머지않았습니다. 고령화는 산업 추동력을 잃게 합니다.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해결책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제시한 것입니다. 6개월마다 달라지는 시장 환경에서 창업자들은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로서 자질과 성공하려는 의지입니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가능성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청년사업가로 거듭날 것입니다.
-청년사관학교의 내용과 진행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창업은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이지만 실패의 두려움과 기술사업화 곤란 등으로 전반적인 창업 감소 추세고 기술창업은 특히 부진합니다. 또 금융위기 이후 청년창업 및 2세 경영승계의 기피로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 경험이 부족한 청년 CEO의 도전의식 함양과 창업단계 전 분야의 입체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기술집약형 창업 아이템을 사업화하고자 하는 청년 예비창업자를 선발, 사관학교와 같은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젊고 혁신적인 청년 CEO를 양성합니다. 기술지원에서부터 교육, 자금,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청년층 기술창업 성공을 위한 전방위 지원체계를 마련합니다.
총 391명이 신청해 1차로 63명을 선발했으며, 현재 2차 접수를 진행 중입니다. 최종 선정자에게는 15일 이내 협약체결 후 사관학교에 입소해 창업활동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계획은 어떻습니까.
▲올해 정책자금 운영규모는 3조2075억원으로 지난해 당초 예산 대비 2.3% 증가했습니다. 기술혁신형 창업 및 성장초기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 및 개발기술 사업화자금, 소상공인자금을 확대했고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신성장 기반(업력 7년 이상) 및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축소하고 자산유동화지원자금은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정책자금 배분방식을 기존 네거티브 방식에서 정책목적성이 높은 포지티브 방식으로 개편했습니다. 융자 중심의 지원방식에서 탈피해 융자와 투자의 중간 성격인 ‘투융자복합금융’을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해 미래 성장가치 중심으로 지원방식을 다양화했습니다. 아울러 심사방식의 합리적 개선, 융자 처리기간 단축, 연대입보 배상기준을 개선해 기업 중심의 이용 편의성을 제고했습니다.
지역본부의 하부조직이 업종별 전문조직으로 개편됨에 따라 개인별 심사전문 업종과 특화품목을 부여해 심사인력의 전문성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투융자복합금융과 새롭게 도입하는 ‘이익공유형 대출’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투융자복합금융이란 기술 성과 미래 성장가치가 우수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와 융자의 장점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저금리 신용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이익공유형 대출과 성장공유형 대출이 있습니다. 이익공유형 대출은 대출 후 지원기업의 영업성과에 따라 추가로 이자를 수취합니다. 신용 기반의 대출을 하되 초기에는 이자를 조금만 갚고 나중에 이익이 나면 이자를 갚는 조건을 바꿉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입니다. 중진공 입장에서는 위험이 있지만 창업을 장려하는 의미에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기업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지분 감소 우려를 방지하면서 투자성격의 대출금을 지원함으로TJ 지원대상 영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컨설팅지원사업 성과 제고를 위해 중진공의 역할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컨설팅지원사업 운영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중진공은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을 시행해 개별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능력을 배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컨설팅 역량의 집중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불특정 다수기업에서 뿌리산업 등 정부 시책 전략업종 지원에 중심을 둔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개편방안을 중기청에 제안했습니다. 개편방안에 따른 협의결과 기존의 컨설팅 진행관리 등 단순 행정업무에서 올해는 기술 분야 컨설팅을 중진공 책임 하에 지원업체 선정에서부터 완료 점검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는 정책지원 측면에서 볼 때 정책자금과 연계한 뿌리산업 집중지원으로 기금 건전성을 제고함으로써 중소기업 지원시책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중진공이 업체 선정에서부터 컨설팅 진행과정에 참여하고 지역본·지부 담당직원이 수시 점검함으로써 양질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점검과정에서 지적된 무능, 불성실한 컨설턴트에게는 사업 참여 배제를 유도해 건전한 컨설팅 지원사업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컨설팅사업은 중진공이 최강 정책 중개기관의 역할을 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업 현장 애로를 중진공사업과 연계해 즉시 해결하고 정책 개선이 필요하면 중기청 등 정부에 건의해 해결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의 시장 개척을 위해 어떠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까.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내수 판로개척을 위해 중기제품 HIT 500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품을 널리 홍보하는 사업으로 수출 유망기업 발굴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합니다. 자회사인 ‘중소기업유통센터’와 연계, ‘행복한세상백화점’ 내 HIT 500 제품 브랜드숍을 정식 오픈합니다. 브랜드숍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확대 오픈을 검토하겠습니다.
해외 초기시장 진출을 위해서 ‘온라인 수출 자가진단’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 성장단계에 적합한 온오프라인 수출 지원 프로그램 제공 등 맞춤형 수출 지원을 추진하겠습니다. 해외 네트워크를 잘 갖춘 KOTRA와 국내 중소기업 지원 경험 및 현장조직이 많은 중진공이 서로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내겠습니다.
<핵심사업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차별화된 창업 지원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청년 CEO 양성의 메카로 키울 예정이다. 사업 내용은 청년창업 CEO과정(1~2년 과정, 200명)과 경영후계자 제2 창업과정(5개월, 50명)으로 나눠진다.
청년창업 CEO과정은 기술집약형 아이템으로 창업하고자하는 청년 예비창업자(만 39세 이하)를 선발, 사관학교와 같은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젊고 혁신적인 청년 CEO로 양성한다. 자금적인 측면에서 총사업비의 70%와 최대 1억원을 보조하며 졸업심사 우수평가자는 1년간 1억원 이내에서 추가 지원한다.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을 활용하며 기술연수에 사용 중인 596종 2363개 장비를 활용할 예정이다. 현장 애로 해결 경험이 풍부한 전담교수 및 전문위원 19명이 일대일 멘토를 한다. 분야별 내부 전문가 200명과 외부 전문가 2696명의 풀을 이용할 계획이다. 3단계 평가를 통해 우수입교자를 선발하고 중간점검을 통해 사업 수행능력 미달자를 단계별로 퇴교시키는 선택과 집중방식을 도입했다.
고령화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전략 수립을 위해 경영후계자 대상의 제2창업과정도 실시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제2의 창업’이다. 아버지 세대의 도전정신을 이어받고 자신의 비즈니스 감각을 개발·접목해 제2의 창업을 추진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 창업 청년 CEO와의 합동교육 및 교류를 통해 청년창업의 마인드와 노하우를 공유, 창업 활성화 분위기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송종호 이사장은>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국내에 체계적인 벤처정책을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데 공직생활을 바친 벤처정책의 산증인이다.
1986년 제22회 기술고시에 수석합격한 뒤 공업진흥청과 중소기업청에서 근무하고, 청와대 초대 중소기업비서관을 지낸 ‘중소기업통’이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지난 2000년대 초반 중소기업청에서 벤처정책과장, 벤처진흥과장, 창업지원과장 등을 역임하며 벤처관련 진흥책 수립과 법조문 제정 등을 일궈냈으며 코스닥시장의 토대를 닦았다.
송 이사장의 성공인자는 집요할 정도의 노력이다. 스스로를 ‘일이 취미’라고 표현할 정도다. 취임 이후 주말과 휴일을 대부분 반납했으며, 100일 동안은 개인적인 식사 약속은 물론이고 송년회 자리도 모두 사양했다.
업무 스타일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직원들의 평이다. 임원 및 부서장에게 전결권을 대폭 이양해 책임감을 갖고 일하도록 만들었다. 권한 이양으로 확보된 시간만큼 중소기업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또 직원들이 업무보고를 할 때도 가만히 앉아서 듣는 대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직원들과 토론을 하며 가장 이상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즐긴다.
항상 조직원들과 소통하고 조직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려고 노력하며, 취임 이후 모든 직원에게 정성들여 쓴 편지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편지는 사내 전산망에 공개되는데 격의 없이 진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일을 즐기고 열정적인 그의 신념은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유구필응(有求必應)’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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