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널을 시청할 때 가장 귀에 거슬리는 말이 아무개 프로라는 말이다.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김철수 프로님의 아이언 샷은 정말 자로 잰 듯해요”라든지 또는 “오늘 스튜디오에 강성훈 프로를 모셨습니다”고 말한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에는 “박지성 프로” 혹은 “박찬호 프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명성으로 보더라도 박지성 선수나 박찬호 선수가 우리나라의 보통 프로골프 선수에 비해 수백 배는 더 유명하고, 벌어들이는 돈으로 보더라도 수십 배는 될 텐데 박지성·박찬호에게는 그냥 선수라고 하고 골프 선수에게만 프로라고 부른다. 분야가 달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넘어간다고 해도, 이상한 것은 같은 골프 선수인데도 부르는 게 다르다는 점이다.
“필 미켈슨 프로의 숏게임은 세계 제일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또, “타이거 우즈 프로의 2011년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골프를 제외하고는 다른 스포츠는 시청자들이 직접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즐겨 보지만 직접 축구를 하는 일반인이 얼마나 있을까? 야구도 마찬가지고 농구도 그렇다. 다른 스포츠의 프로선수들은 화면에만 존재하는 인간형임에 비해 골프는 시청자의 대다수가 직접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TV에 나오는 프로 골퍼들과 같이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골프대회에는 프로암이라는 형식으로 경기 시작 전에 아마추어 골퍼와 프로 골퍼가 같이 플레이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와 프로를 갈라놓을 필요가 있어서 굳이 우리나라 골프계에서만 이런 이상한 용어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골프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왜 프로라는 말을 쓰지 않을까? 필 미켈슨 프로, 타이거 우즈 프로라는 말이 없는 미국에서는 프로 골퍼가 되는 과정이 달라서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프로라고 부를 수 있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본인 스스로 “오늘부터 나는 프로선수다”라고 선언하면 자동적으로 프로가 된다. 프로라고 선언한다고 모두 PGA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Q스쿨을 통과해서 투어 카드를 받아야 출전이 가능하다. 대신 프로라고 일단 선언하면 아마추어 대회에는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배경이야 어떻든 프로 골프선수들에게 더 이상 아무개 프로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경태 선수, 최경주 선수, 신지애 선수”처럼듣기에도 좋고 거부감도 없는 좋은 호칭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