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스몰리(Richard E. Smalley) 박사는 향후 50년 동안 인간이 직면할 10대 과제로 에너지·물·음식·환경·질병 등을 제시하면서 에너지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습니다. 그만큼 에너지가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을 이끌고 있는 황주호 원장의 지론이다. 이제는 에너지가 세계 경제와 개별 국가의 안보까지 쥐락펴락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
황 원장은 자원 절대 빈국론도 꺼냈다. 우리나라가 가진 것은 인력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기술력 향상이 따라야 하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야말로 기술력 향상의 선두에서 고군분투하는 선도기관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에너지연은 국내적으로는 전문 연구기관과 산·학을 연계한 기술개발, 대외적으로 기술수준과 형태를 고려한 국제협력 모델을 적용해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올해 에너지연의 차별화 전략은 세계적 미래 대표 브랜드 육성과 국제화, 개방화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선도, 연구 성과 품질보증 강화 및 지식재산권 확보 전략으로 R&D 경쟁력 제고, 열린 조직문화를 구현해 융합과 창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에너지 기술을 창조하고 있는 황 원장으로부터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취임 5개월 동안 연구원의 비전 제시와 목표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 왔습니다. 리더의 비전은 조직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먼저 연구원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취임 후 대내외적인 변화와 도전을 극복하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원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해 비전 제시에 힘을 다해 왔습니다.
비전은 ‘에너지기술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KIER’입니다. 흩어져 있는 기술과 능력을 융합해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에너지기술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연구원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특별한 경영 전략이 있습니까.
▲에너지연을 세계적인 미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개별 단위기술의 기술적인 성장 한계를 융합으로 극복하고 기술 혁신을 달성, 세계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그 동안의 6대 중점 분야를 융합 연구영역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연구 영역 간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융합으로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더욱 향상시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국제화와 개방화로 오픈 이노베이션 선도에 방점을 찍고 싶습니다. 에너지 분야는 이미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으며 R&D 시장도 세계 일류기술이 아니면 도태되는 글로벌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선진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해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되는 국제협력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제주신재생기지를 제주글로벌연구센터로 확대 개편해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에너지연구의 중심이 되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개방화를 위해서는 개방형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선도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 및 협력연구를 추진하며 상호 필요한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로 협력을 주도할 것입니다.
-출연연구기관에서 나오는 연구성과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도 과제라고 봅니다. 그에 대한 대응방안이 있는지요.
▲주요사업의 비중 증가로 기관 차원의 연구 성과 품질 향상과 신뢰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품질경영으로 연구성과의 세계화는 물론이고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을 세워 뒀습니다.
주요 사업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 절차를 활용한 R&D 분야 품질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ISO의 적용 사업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연구원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국제공인시험기관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전담 조직과 인력을 정비하고 국제규격에 맞는 시험장비 도입 역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지식재산권 확보전략으로 R&D 경쟁력 제고에도 올인할 것입니다.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의 수요조사 실시를 확대하고 주요사업 연구성과의 권리, 사업성 강화에 체계적인 연구단계별 기술획득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향후 3년,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경영 전략에서 확실히 이루고 싶은 목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2013년까지 세계 최고수준 기술 19개, 원천기술 20개를 확보해 에너지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현재 연구회 13개 기관 중 8위 수준의 기술료 수입을 5위까지 향상시킬 것입니다.
2013년까지 모든 대형 과제에 품질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최고 수준의 연구품질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또 현재 3개 수준의 국제협력과제를 8개 이상으로 확대해 실질적인 국제화 및 개방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 분야 및 전략 기술을 소개해 주세요.
▲재생에너지 분산발전 분야는 미래 스마트그리드의 기반이 될 재생에너지 마이크로 그리드 구축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분산 발전기술(태양광, CSP 등)의 융합연계형 기술을 개발합니다. 전략 기술로 태양전지 저가·고효율화 기술을 들 수 있으며 초박형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모듈기술 등이 대표적 성과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열에너지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수요에 따른 능동형 열에너지 네트워크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열 생산 △수송 △저장 기술과 IT기반의 열 네트워킹 기술의 융합을 추진합니다. 열생산·수송·저장의 지능형 통합 열에너지 네트워크 기술이 대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부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CO2 프리 분야는 CCS, 스마트그린 빌딩과 같은 CO2 포집 및 획기적 감축기술 개발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핵심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략기술로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들 수 있습니다. 신형 액상흡수제 및 공정개발은 이미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청정 에너지나 차세대 전지 분야 등에서의 전략 연구 과제는 없는지요.
▲저등급석탄이나 비재래형연료 등의 고품위화, 대체 석유 등 청정연료를 생산해 미래 국가 에너지 안정도 향상 및 환경문제 완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형 저탄소·복합 가스화 플랜트 개발은 이미 마무리한 상태입니다.
전지 부문도 중요한 핵심과제로 볼 수 있습니다. 미래 재생에너지발전 비중 확대와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필수적인 대용량 전력저장기술과 연료전지 등 차세대전지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대용량 2차전지 기술과 연료전지 부품 소재 핵심 기술 개발을 전략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플로우 전지 핵심 기술개발은 이미 실증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이외에 에너지 융·복합 소재로 수소 분리막 및 막모듈 개발 성과를 냈습니다.
-평소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올해 화두를 ‘심심상인(心心相印)’으로 정했습니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새기고 잘 알아야만 묵혀 있던 골들을 메울 수 있다는 뜻으로 연구원의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조직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열린 조직 문화를 구현해 참여와 소통을 강화시켜 경영진과 연구원 간의 소통이 활발하고 심심상인으로 일할 수 있다면 에너지연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에너지 연구의 브랜드를 창출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에너지연은 개방형 의사결정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며 새로 도입한 인트라넷 메신저, SNS 등과 같은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활용해 경영진과의 소통 활성화, 연구원 간의 소통 활성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제주 글로벌 연구센터=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10만㎡ 규모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 글로벌 연구센터 시대가 열린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상 3층 대형 실험동 및 연구동, 연구지원센터, 경비동, 숙소동을 갖춘 글로벌 R&D센터를 오는 9월께 완공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모두 함께 열어가는 ‘그린에너지 월드(Open Innovations Toward a Green Energy)’를 목표로 개방을 통한 글로벌화와 소통을 통한 융합, 창의에 바탕한 혁신을 전략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개방형 혁신으로 그린에너지 융·복합 원천기술 개발 추진 및 그린에너지 테스트베드 구축, 그린에너지 국·내외 협력 및 교육/훈련 거점 육성, 제주 청정지역의 그린에너지 자립화 지원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융·복합 원천기술 분야로 마이크로그리드, 전기차 등에 응용되는 전력저장 및 제어와 풍력발전 기술, 차세대 태양전지, 차세대 연료전지, 열저장, 지역특화 기술로 해수담수화, 바이오연료를 응용, 개발하고 자원정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해 갈 방침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제주 월정리에 신재생에너지 연구기지를 지난해 말 구축했다. 글로벌 R&D 센터는 이를 확대하는 개념이다. 월정리 연구기지에는 신재생에너지의 현장 기술개발과 실증 시설을 구축한 것으로 풍력·태양·해양·바이오에너지 자원 등 제주 천혜의 신재생에너지 자원의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제주도와 협력해 신재생에너지 기술교육, 전시, 세미나 개최 등으로 이 지역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소형풍력 발전기, 태양열 집열기, 태양전지, 연료전지, 바이오 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산업 유치 및 활성화를 위해 제주 지역 특화 산업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성공적인 녹색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요체는 에너지기술과 투자”라며 “제주 글로벌 연구센터에 기대와 관심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주호 원장은=지난해 9월 부임한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기관이 세계적인 에너지R&D 전문연구기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제화·개방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조기 산업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황 원장은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 생활을 거쳐 지난 1991년부터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부터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2008년부터 최근까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기술전문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에너지기술의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대외활동을 해왔다.
지난 연말에는 UAE에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철탑산업훈장을 수훈받기도 했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황 원장은 젊은 시절 영화제작에 열정을 불태운 적도 있다. 황 원장과 대학시절부터 함께했던 영화인들이 지금도 충무로에서 활동 중이다. 겨울철에 즐기는 노르딕스키는 실력이 선수급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경기에서 금메달, 은메달 수상 경력도 있다. 자전거에도 조예가 깊어 현재 대한 사이클 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