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애플 아이폰4를 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맺었던 `S동맹`이 깨졌다. 반면 SK텔레콤에서만 출시하던 모토롤라 스마트폰은 KT에서도 출시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 2`도 KT와 LG유플러스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등 사업자 독점 구도가 사실상 무너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애플과 아이폰4 도입 협상을 마무리짓고 이르면 다음달 중 국내에 아이폰4를 판매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출시될 `아이폰5`와 `아이패드2`도 KT와 동시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SK텔레콤을 이용 중인 2500만명 가입자도 통신사 변경 없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갤럭시S 시리즈와 아이폰이라는 양대 스마트폰을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선호하는 충성 고객군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동통신사 가입자도 적극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아이폰 경쟁력 확보와 그에 따른 1인당 평균매출(ARPU)이 높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KT는 아이폰 독점에 따른 프리미엄이 제거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이 아이폰을 도입하기로 한 데에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안드로이드 일변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갤럭시탭이 예상한 것보다 높은 가격에 출시된 이후 이런 의견이 많아졌다.
아이폰과 갤럭시S의 양강 구도가 유지됐던 스마트폰시장이 다변화하면서 다양해진 고객 요구를 따라가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여기에 애플이 최근 1국 1통신사 원칙을 폐기한 것과 그간 SK텔레콤이 아이폰 도입을 꺼린 명분이었던 애플의 AS 정책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도 아이폰 도입에 불을 댕겼다. 이로써 지난해 갤럭시S 출시를 계기로 맺어진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간의 밀월관계는 완전히 붕괴됐다. 삼성전자는 그간 SK텔레콤에 갤럭시S와 같은 프리미엄 단말기를 수개월가량 먼저 공급하는 정책을 고수한 바 있다.
2009년 말부터 KT와 애플이 아이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키자 이에 맞서야 하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이해가 맞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로 더 이상 이런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출시될 갤럭시S의 후속 모델인 `갤럭시S 2`를 통신 3사에 거의 동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KT는 또 그동안 SK텔레콤에서만 출시되던 모토롤라 최신 스마트폰(아트릭스)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동통신사 간 단말기 차별성이 없어지면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이동통신사는 SK텔레콤의 T스토어처럼 서비스를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말기에 더해 어떤 서비스까지 제공해 주느냐가 이동통신사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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