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ㆍCEO 조정 틈타 줄줄이 자사주 매입

주식시장이 확연한 조정 양상을 보이자 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 매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주가가 쌀 때 적은 비용으로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높이고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현ㆍ최신원 회장 눈에 띄네

가장 눈에 띄게 자사주를 사들인 인물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최신원 SKC 회장이다.

이 회장은 최근 460억원을 들여 CJ인터넷 2.1%, CJ제일제당 1.07%, 온미디어 3.41% 등 계열사들의 지분을 확대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의 지분 42%를 제외하고는 계열사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CJ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의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CJ인터넷과 온미디어는 엠넷미디어, CJ미디어 등과 함께 CJ가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게 될 CJ E&M으로 흡수 합병될 예정으로 25일부터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다.

다만, CJ E&M만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도 있다.

SK그룹 창업자인 고(故) 최종건 전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도 이달 들어 SKC 주식 3천주를 샀고, SK네트웍스 주식도 4만주나 사들였다.

특히 SK증권이 올초 2천400원대에서 최근 1천900원대까지 내려오자 집중 매입에 나섰다.

1월 28일(결제일 기준) 5만주, 2월 11일과 17일에도 각각 3만3천주와 3만주를 매입했고 21일과 24일에도 3만주와 5만주를 샀다. 채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 19만3천주나 매수한 셈이다. 최 회장의 지분율은 0.23%로 높아졌다.

SK증권의 최대주주와 2대 주주가 SK네트웍스와 SKC라는 점에서 최 회장의 최근 움직임을 증권가에서는 SK증권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강영중 대교 회장, 윤장섭 유화증권 회장,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구본걸 LG패션 대표 등도 최근 자사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높였다.

대교의 사실상 지배주주인 강영중 회장은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7만8천560주, 21일에는 4만9천900주, 22일과 24일에도 각각 3천430주와 2천110주를 샀다.

유화증권 대주주인 윤장섭 회장도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올 첫 개장일인 1월 3일에 350주를 샀고, 이후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1만주 이상 사들였다. 올초 21.47%였던 윤 회장의 지분율은 24일 21.55%로 올랐다.

◇주가부양 목적의 매수도 활발

예상 외로 내려간 주가를 끌어올리고자 자사주를 사는 사례도 부쩍 늘어났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22일 회사 주식 4천960주를 사 보유 주식수를 2만1천204주로 늘렸고,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도 1천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과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 등으로 인해 KT 주가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4만원 밑으로 떨어지자 최고 경영자로서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주려고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CEO 등도 올들어 자사주 매입대열에 합류했다.

올들어 경기 회복 기대감이 꺾이고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자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이다.

올초 6만원대에 근접했던 미래에셋 주가는 4만7천대로 떨어졌고 우리금융은 1만5천원대에서 1만3천원대로, KB금융도 6만1천원대에서 5만6천원대로 하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