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언스’가 차세대 웹을 선도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학문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웹사이언스 전문가들은 웹 자체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학문 영역인 웹 사이언스가 미래에 사회과학 등 다양한 전공이 융합되는 분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사우스햄튼대학과 미국의 옥스퍼드대학 등이 웹을 학문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KAIST가 올 초 ‘웹사이언스공학’학과를 개설하면서 학문 연구 및 전문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사는 KAIST와 공동으로 지난달 25일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웹사이언스 분야의 창시자인 웬디 홀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 컴퓨터공학 교수 및 응용물리과학대학장 등 외국 석학들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세계적인 웹 사이언스의 기술 동향 및 사회적인 영향, KAIST의 역할 및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해외 석학들은 웹사이언스가 IT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은 또 KAIST가 웹사이언스공학 학과를 신설, 웹 연구에 나선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향후 미칠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석자<가나다순>
△나이젤 섀드볼트(Nigel Shadbolt)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 인공지능 및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교수
△웬디 홀(Wendy Hall)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 컴퓨터공학 교수 및 응용물리과학대학장
△짐 핸들러(Jim Hendler) 미국 렌셀러 폴리테크닉대(RPI) IT&웹사이언스 교수
※사회: 맹성현(KAIST 웹 사이언스공학 전공책임 교수)
◇맹성현 KAIST 웹 사이언스공학 전공책임 교수(사회)=우선 어제 열린 ‘국제 웹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서 훌륭한 기조연설을 해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린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웹사이언스 관련 심포지엄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짐 핸들러(Jim Hendler) 미국 RPI IT&웹사이언스 교수=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웹과 관련해 새롭게 등장하는 주요 트렌드를 공유하는 매우 뜻깊은 이벤트였다.
◇나이젤 섀드볼트(Nigel Shadbolt)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 인공지능 및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교수=이번 웹사이언스 심포지엄에서 컴퓨터과학의 또 다른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웹을 사회적, 기술적인 시스템으로 보는 다양한 발표들이 발표돼 놀랍기도 하고 또 기뻤다. 물론 웹에는 엄청나게 많은 컴퓨터가 연결돼 있고, 브라우저가 있고 또 모바일폰도 있지만, 그 뒤에는 사람이 있다. 성공적으로 웹을 이해한다는 것, 웹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벌고 사업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의 열쇠는 바로 인간이 웹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기술 개발 자체로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들을 어떻게 해 내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학자, 기술자, 전산학자들간의 소통과 대화가 꼭 있어야 한다.
◇사회=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웹사이언스를 한마디로 기술해달라.
◇핸들러=웹은 전 세계의 기업, 정부, 그리고 사람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 구조가 됐다. 토목공학자가 도시공간의 설계 및 이용에 대해 이해하듯이, 컴퓨터과학자가 계산에 대한 근본을 이해하듯이, 물리학자가 자연세계를 이해하듯이, 우리도 웹에 내재되어 있는 수학을 이해하고 웹이 지속적으로 오픈시스템으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 분야가 필요하다.
◇웬디 홀(Wendy Hall) 영국 사우스햄튼 컴퓨터공학 교수 및 응용물리과학대학장=한 마디로 새로운 종류의 과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웹은 인간에게 자신들을 조직화하고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인간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며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웹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인간이다. 공학자들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스템이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그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함으로써 시스템이 성장하도록 만든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나 시스템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데, 이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한 것이다.
◇섀드볼트= 웹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큰 정보 구조다. 물론 그 저변에는 매우 강력한 테크놀로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은 보이지 않고 그 결과나 효과만 보인다. 따라서 웹사이언스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창시해 나가면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디바이스만 보지 말고 2000만대가 넘는 그 디바이스의 뒤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결과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거에 상상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법으로 콘텐츠를 구축하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함으로써 비즈니스 측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웹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할 수 있다.
◇사회=앞으로 독자들에게 웹사이언스를 통해 어떤 연구와 교육이 가능해 질 것이며, 기존 학문과 비교해서 어떤 새로운 것이 제공될 것인지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홀=영국의 사우스햄턴 대학교에는 대학원 수준에 웹사이언스 전공이 있다. 이 학과에는 전산학을 공부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학, 법학, 경제학 등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한 학생들이 온다. 첫 학기에 모두 같은 수업을 듣도록 해 웹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어떻게 웹이 비즈니스를 돕고 또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게 하는지 등 다양한 웹 관련 이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사회=대학원에서 웹사이언스 전공을 하는 대학원생과 전산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차이가 어떤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았으면 좋겠다.
◇홀= 학생들이 모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예를 들어 웹을 통해 활용될 새로운 생산품의 설계 과정에 도움을 주게 되는데 이는 하이테크 기업, 제약회사, 생산위주 기업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섀드볼트=문제는 기술, 정책, 비즈니스, 정부 조직들 간에 큰 갭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구글이 지메일로부터 소셜네트워크 시스템을 자동화된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그 결과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고 10일만에 제거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그러한 방법이 사회적관점이 내포하는 것, 즉 이메일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고 싶은 그룹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프라이버시 이슈 및 개인의 사진에 대한 검색 권리 등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가 널리 사용이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소유권을 주장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웹사이언스를 전공한 학생들은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측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이제 한국의 상황과 관련해서 질문하겠다. 한국에는 토종 포털과 검색엔진이 구글이나 빙 등 세계적인 검색엔진보다 점유율이 훨씬 높은 등 나름대로 특성이 있다. 국내 IT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와 경쟁 혹은 협력을 하거나 글로벌 기업이 되는데 있어 웹사이언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은 있다고 보는가?
◇섀드볼트= 중국에서도 바이두 서치엔진이 주도를 하는 등 한국과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 사람들 대부분이 바이두를 사용하는데 왜 그럴까? 바이두는 검색 엔진이기도 하지만 여러 커퓨니티를 연결하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검색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와 연결되고 싶어한다. 왜 기존 마켓에 그런 현상이 있고 또 그런 마켓에 들어가는데 장벽이 있는가? 웹사이언스가 바로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맞게 보다 나은 검색 엔진 혹은 다른 서비스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이라고 본다.
◇사회=한국에도 행안부 주관으로 오픈정부 데이터(open.go.kr)가 만들어져 수 개월 전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LOD(Linking Open Data)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픈 정부 데이터 (Open Government Data)에 대한 생각은?
◇섀드볼트= 오픈정부데이터는 웹사이언스 분야에서 매우 좋은 사례다. 기술에 대한 관점과 데이터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키는 일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부를 설득해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힘든 문제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오픈해 더 훌륭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예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웹사이언스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사회= 영국정부의 오픈정부데이터와 관련해 영국 사회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섀드볼트= 영국정부는 현재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온라인상에 구축해 놓았다. 최근에는 정부가 제공한 오픈 데이터를 활용해서 부가 가치를 형성하는 응용데이터를 개발해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기업만 정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신흥 벤처도 이용하고 있으며, 제3의 섹터라고 불리는 자원자 섹터도 있다.
◇사회= 그러니까 새로운 산업 섹터 및 경제가 출현하고 있고 기존 정보기반 기업이 확장되고 있는데 여기에 웹사이언스 전공자가 뛰어 들어서 활약을 한다고 보는 것인가?
◇핸들러= 웹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웹사이언스 프로그램 학생들은 앞으로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추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예를 들어 RPI에서 웹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RPI 전체 졸업생 중에 가장 높은 초봉을 받고 있다. 주로 웹 기업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은행, 건강, 유통업, 자동차 회사와 같은 제조업 등에도 많이 진출한다. 많은 기업들은 미래에 공급망, 고객, 일반 대중들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좀 더 기민한 정보 기술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사회= 카이스트가 웹사이언스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한다.
◇핸들러=카이스트는 매우 훌륭한 교수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학제간 파트너십을 갖추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산학 내부에서 서로 다른 분야간 협력, 전산과학과 전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의 협력, 기술자와 사회과학자와의 협력 등이 모두 필요하다.
◇섀드볼트= 절대적으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본다. 미래 세계를 바꾸어 놓을 웹에 대해 연구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고, 그것을 이미 카이스트에서 시작했다. 앞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그 분야에 대한 얼리 어댑터가 된 것이고, 아마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한국에 가져 올 것이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