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묵고 있는 호텔에 잠입해 노트북PC에 담긴 정보를 빼내려다 발각된 사건이 발생했다. 특사단이 방 안에 들어올 때까지 요원들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외부에서 누군가 접근하고 있는 지를 전혀 감시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요원들 중 한 명이라도 호텔 로비에서 방 주인의 접근을 감시하고, 무선으로 알려 줬었더라면 이 같은 국제적 망신거리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브릭하우스시큐리티(브릭하우스 www.brickhousesecurity.com)’의 초소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원래 이처럼 첩보 상황에서 요원들간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회사 제품은 귓구멍에 딱 맞을 정도로 작아서 다른 사람이 이어폰 착용여부를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 얼마나 크기가 작으면 귓 속에서 꺼낼 때도 귀 근처에 자석을 갖다 대서 밖으로 빼낸다. 이렇게 작은데 배터리는 어떻게 장착할까. 브릭하우스의 이어폰은 사실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깨 주변에 착용하는 고리형태의 전기 유도기가 이어폰 내부의 전자석과 반응하면서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기·휴대폰 등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는 무접점 충전 방식과 비슷한 원리다.
전기 유도기에는 마이크와 블루투스 전송장치 등이 부탁돼 있어 근거리에 있는 사용자와 양방향 통신을 할 수 있다. 사용 환경에 따라 약 30피트(9.144m)에 있는 동료와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다. 흔히 스파이 영화에서 보듯, 호텔 방 벽을 사이에 두고 지원팀과 작전을 벌이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기인 셈이다. 특히 말로 위험신호를 송신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 발가락 끝에 장착할 수 있는 신호 발신기도 연동시킬 수 있다. 정말 위급한 상황일 때는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작전을 수행 중인 상대방에게 위험이 닥쳤음을 암시할 수 있다. 이 처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성능에도 가격은 219.95달러, 우리돈 24만8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단, 브릭하우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도박·포커게임·시험 컨닝 등 위법한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속임수 도박을 위해 이 제품을 사용하려는 생각은 애시당초 접어야 겠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