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1천만대 판매…美 진출 25년 끝없는 `질주`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로 10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가 엑셀을 앞세워 1986년 2월 20일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꼬박 25년 만의 일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각각 4만3533대와 3만2806대를 판매했다고 2일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8% 늘었으며 기아차는 36.4%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1986년, 기아차는 1994년에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이후 지난 1월까지 양사는 1000만대에서 6만여 대가 모자란 993만9386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양사가 7만6339대를 판매하면서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진출 첫해에 `엑셀` 차종 하나만으로 16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1987년과 1988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26만대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판매는 급격히 늘었지만 정비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고객이 큰 불편을 겪고 말았다. 품질 문제도 불거졌다. 잦은 고장으로 고객 원성을 샀다. `현대=싸구려`란 이미지를 개선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1987년을 정점으로 매년 판매가 줄던 현대차는 1998년에는 9만1217대를 판매해 사상 처음 10만대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대ㆍ기아차를 변화시킨 게 1999년 정몽구 회장 취임 이후 시작된 품질경영과 현지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품질경영을 지속한 결과 현대차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는 최근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뽑은 소형 승용차 부문 최고 차량으로 선정됐다.

4년 연속 이 부문 1위다. 기아차 쏘렌토R도 패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에서 최고 차량으로 뽑혔다. 미국 소비자도 현대ㆍ기아차의 품질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현대를 상징하는 대표 차종인 쏘나타는 경쟁 차종인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보다 미국 시장에서 500~1000달러 더 비싸게 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형세단 부문에서 쏘나타 점유율은 2009년 7.3%에서 지난해 11.4%로 올랐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 현지 판매` 체제를 구축한 것도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연산 30만대 규모 현지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K5 돌풍 美서도 이어질까…지난달 미국 슈퍼볼 경기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는 등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기아차 K5(수출명 옵티마). <매경 DB>

기아차도 2009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해 본격적인 `메이드 인 USA` 시대를 열었다.

지난 25년간 단일 모델로 누적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넘은 차량도 3종이나 된다. 아반떼가 155만대로 가장 많고 쏘나타 148만대, 엑셀이 115만대 팔렸다. 엑센트와 싼타페 등도 80만대가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89만4496대로 연간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중국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이달부터 기아차 K5와 현대차 신형 아반떼가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된다"며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에서 꾸준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는 현대ㆍ기아차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증가했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99만3535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27% 증가했다.

미국 시장 1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46% 증가한 20만7028대를 판매했으며 포드는 10% 늘어난 15만6232대를 팔았다. 크라이슬러도 9만5102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3% 늘어났다.

일본 도요타는 42% 급증한 14만1846대를 판매했으며 닛산은 32% 늘어난 9만2370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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