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높은 변종 바이러스, 거인을 위한 미니
이름부터 ‘미니’다 보니 작다는 게 곧 존재 자체인 미니를 크게 만든다면, 결국 모순을 담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미니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요구를 적극 수용하되, 최대한 미니다움은 간직하려 고민한 결과 ‘컨트리맨’이라는 ‘자이언트 미니’가 탄생했다.
미니 컨트리맨의 특징을 정리하면, 차체가 커진 만큼 당당하게 승객을 위한 네 개의 도어를 갖추었고, 미니가 가지고 있던 강력한 운전 재미는 그대로 유지했으며, 4륜구동을 더해 전천후 주행 성능도 확보했다. 넓은 가슴과 남자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여전히 명랑하고 재기 발랄한 청년 악동의 이미지다.
크기는 4m를 살짝 넘겨 쿠퍼 S가 4110㎜로 해치백보다 38㎝가량 길다. 휠베이스도 13㎝가량 늘어난 2595㎜로, 현대 i30(2650)와 기아 쏘울(2550)의 중간 정도다. 준중형 미니인 셈이다. 외관 디자인은 첫눈에 여전히 미니 집안인 줄은 알겠지만 미니의 형인지 사촌인지, 아니면 삼촌인지 촌수는 좀 따져 봐야 알 듯하다. 이마가 툭 불거진 모습에서 한창 성장하고 있는 사춘기 소년 같은 이미지가 보인다.
차체가 커진 만큼 가장 크게 와 닫는 부분은 공간의 여유다. 운전석에 앉아 가끔 고개를 뒤로 돌릴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실제로 뒷좌석 공간 자체가 여유 있다. 공간이 많이 여유로워졌지만 디자인은 기존 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모든 것이 익숙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앞뒤 좌석 사이를 가로지르는 레일이 눈에 들어온다.
낯설다. 낯선데 자꾸 눈이 간다. 레일 위에는 선글라스 케이스, 컵홀더, 전화기 홀더 등이 실려 있는데, 각각 분리해서 자리를 바꿀 수도 있고, 앞뒤로 레일을 따라서 움직일 수도 있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골라 내려받을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 다양한 장비들이 개발되면 재미있게 응용할 수 있을 듯하다.
동그란 미니 엠블럼을 들어 올리면 열리는 트렁크 또한 활용성이 미니답다. 기본적으로는 뒷좌석과 뚫려 있는데, 바닥을 들어 올리면 그 아래 더 넓은 공간이 등장하면서 트렁크와 좌석 사이에 격벽을 만들어준다. 뒷좌석 시트는 앞뒤로 움직이기도 하고 접을 수도 있어 큰 짐을 위한 다양한 공간 변형도 가능하다.
엔진과 변속기는 기존 미니와 동일하다. 쿠퍼 S에는 184마력의 최고출력과 24.5㎏·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4기통 1.6리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얹힌다.
차체 크기가 커졌는데, 힘은 같으니 달리기 실력은 당연히 조금 떨어진다. 0~100㎞/h 가속시간이 해치백 쿠퍼 S가 7.2초, 컨트리맨 쿠퍼 S가 7.9초다. 그런데, 실제로 컨트리맨을 운전해 보면 여전히 빠른 응답성과 민첩한 몸놀림에서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분명 몸집이 비대해진 만큼 둔한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거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만큼 몸놀림이 재빠르다.
덩치를 감안하고도 비교적 여유 있는 184마력을 BMW 특유의 순발력이 잘 살려 주고 있는데다, 핸들링과 민첩성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서스펜션이 한몫했을 터다. 처음엔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하루만 지나면 그 안정감에 익숙해지면서 달리는 즐거움에 빠져 들게 된다.
젊었을 때나 미니 타지, 나이 들고 가족 생기면 탈 수 있겠어? 그럼 미니 컨트리맨을 타면 된다. 신나게.
글, 사진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