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시한부설 속에 무기한 병가 중이던 스티브 잡스가 지난 2일(현지시각) ‘아이패드2’ 발표회에 깜짝 등장했다. 직접 제품을 선보이며 청중으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무대에 올라 “아이패드2 개발에 한동안 일해 왔고 그래서 오늘 행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중병설에 시달렸던 그는 더 야위긴 했지만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30분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스티브 잡스의 거취는 곧 애플의 진로이기에 아이패드2 발표회에 나타난 그의 상징성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 주총에서 주주들이 스티브 잡스의 후계 구도에 온통 관심을 쏟았던 이유기도 하다.
조직의 사령탑인 CEO는 물론이고 모든 구성원은 어떤 상황 변수도 뛰어넘을 수 있는 자산이자 동력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여건이 어려울 때 기대하지 못했던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고, 유리한 상황에서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다. 사람을 어떻게 양성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한 조직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기업의 가치 척도는 눈에 보이는 보유 자산이 아닌, 지식재산과 고급 인력 확보 수준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람 경영의 모토 속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개발, 즉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다.
현재 웬만한 기업들이라면 모두 HRD 담당 부서가 있다. HRD 조직이 업무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기업의 성과는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잘 알려진 일류 기업들은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강력한 HRD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에 상당수 기업들은 HRD 부서를 단순히 경영을 위한 지원 조직 정도로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HRD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하기는커녕 되레 전문 인력의 양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시대다. 극한 경쟁 환경에서 모든 기업들은 최적의 HRD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대다수 기업이 요식적으로 실시하는 온라인 교육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온라인 교육개발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화려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나 흥미적 요소를 부각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정작 교육 내용과 적절한 교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관심은 부족하다. 피교육자들의 특성과 학습 목표, 해당 기업의 특수성과 노하우가 담긴 교육 내용은 찾아보기 드물다. HRD 부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HRD 조직에서 가장 큰 고객은 ‘직원’이며, 또 하나 중요한 고객은 ‘경영진’이라는 인식이 출발점이다. HRD 담당자는 직원들을 자식으로 여기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돌봐야 한다. 그럴 때만이 HRD 담당자들의 역량도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전체가 HRD 마인드로 거듭날 수 있다.
책은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과 HRD가 최우선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과서처럼 딱딱한 원론보다는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현장에서 컨설턴트로 일해 왔던 저자의 풍부한 경험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이희구 지음. 국일증권경제연구소 펴냄. 1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