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묵현상의 골프세상]중계 방송 100배 즐기기

 때는 바야흐로 3월이건만 꽃샘추위로 몸이 움츠러들 뿐만 아니라 여러 경제 여건 때문에 골프 시즌을 열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럴 때는 무리하게 필드에 나갈 것이 아니라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집안의 평안과 마음의 평화에 도움이 된다.

 나도 요즘에는 세상이 좀 나아지기를 기다리면서 주말에는 TV 골프 중계를 보는 편이다. TV 중계도 아무 생각 없이 화면만 보고 있어서는 별 재미도 없고,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TV 골프 중계를 유용하게 써먹는 방법은 출전하는 선수 중에 나와 체격 조건이나 스윙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를 내 아바타라고 생각하면서 시청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저스틴 레너드, 코리 페이빈을 내 아바타라고 생각하면서 골프 중계를 본다. 저스틴 레너드는 체격도 크지 않고, 드라이브 샷 거리도 다른 PGA 선수에 비해 짧지만(저스틴 레너드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250∼260야드밖에 되지 않는다) 성적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내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골프 중계에 저스틴 레너드가 나오면 유심히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관찰한다. 제스틴 레너드의 비결은 좋은 아이언 샷과 짧은 퍼트를 놓치지 않는 퍼팅 기량이다. 이것이 바로 내 스타일이다.

 저스틴 레너드의 드라이브 샷이 오른쪽 숲으로 들어갔을 때, 이를 악물고 레이업 샷을 해서 페어웨이로 꺼내놓는 그의 인내심을 배운다. 15m가 남은 롱 퍼트를 할 때, 직접 넣지는 못하지만 홀 근처에 가져다 놓는 그의 근성을 배운다. 동반 플레이어보다 30야드는 짧은 티샷을 때려놓고도 흔들리지 않는 세컨드 샷으로 그린에 올리는 그의 담대함을 배운다.

 내게는 저스틴 레너드가 선생이지만 다른 스타일의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왼손잡이 장타자 버바 왓슨이 또 다른 아바타가 될 수도 있다. 무지막지한 드라이브 샷을 자랑하는 버바 왓슨 스타일의 아마추어 골퍼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스타일의 골퍼 대부분은 스코어가 별로지만 골프 중계에 나오는 버바 왓슨의 플레이를 잘 관찰하면 자기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금세 깨달을 수 있다. 티칭프로가 절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골프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고 제대로 골프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TV 골프중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