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vs 버냉키…美 양적완화 논쟁

미국 경제의 파수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현재 진행 중인 2차 양적완화 정책을 놓고 서로 상반된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버냉키 의장은 이 정책의 필요성과 지속성을 강조했고, 버핏은 이제 더 이상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중동 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불안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뒀고, 버핏은 본격화되고 있는 경기 회복에 무게를 실었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도 버냉키 의장의 편을 들고 나섰다.

버냉키 의장은 2일 하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현재 진행 중인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의에 "우리는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지거나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말까지 6000억달러를 동원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3차 양적완화`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FRB의 기본 의무와 연계된 문제"라고 여운을 남겼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버냉키 의장이 3차 양적완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전날에도 상원 재무위원회에 참석해 일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2차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중동 사태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다른 상품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아 소비지출이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시행 중인 국채 매입 계획은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빌 그로스도 이날 월례 투자보고서에서 "FRB가 채권 매입을 중단하면 채권금리 상승과 채권값 하락 등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FRB가 미국 국채 매입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FRB가 국채 매입을 중단한다면 누가 미국 국채를 사려 하겠는가"라며 버냉키 의장을 옹호했다.

이에 반해 버핏은 경기 회복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는 노력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이날 CNBC와 인터뷰하면서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현재 진행 중인 것과 같은 규모의 통화 또는 재정적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FRB의 2월 지역별 경기동향 리포트인 베이지북은 고용시장에 대해 지난 1월보다 더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날 베이지북은 "모든 지역에서 2월 고용시장 상황이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다(firming)`는 표현보다 진일보했다.

FRB는 또 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서서히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낮은 임금 상승 압력으로 물가상승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미국 경제가 제조업 호조와 소매판매 증가 속에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워싱턴=매일경제 장광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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