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스는 도매시장?

"신선한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한 공간에서 쇼핑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시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 안정미 씨(45)는 용인 지역 많은 자영업자들이 트레이더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트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매장에 바탕을 두면서 복합쇼핑을 위한 독립적인 전문점을 함께 운영하는 전략을 통해 개장 초반에 제기됐던 염려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실제 7일로 개장 100일을 맞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초기에 비해 고객 수 증가는 물론이고 고객 성향도 다양해졌다. 주부 위주였던 개장 초반과 달리 가족 단위 방문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영업자를 위해 따로 마련된 대형 카트를 이용해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식당 운영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외형적인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리뉴얼 이전 매장이 하루 평균 방문자 3300명, 하루 평균 매출 1억7000만원 수준에 그쳤던 데 비해 현재는 하루 평균 방문자 6500명, 하루 평균 매출 4억원(주말은 6억~7억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상품 수를 4000여 개로 줄이고 대용량ㆍ묶음 상품 중심으로 업계 최저가 판매 전략을 지향한 결과라고 이마트 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코스트코가 독점하던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개장 초기에 있었던 소위 `신라면 가격 경쟁` 덕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20여 일간 코스트코와 벌인 가격 할인 경쟁은 트레이더스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줬고, 자연스럽게 집객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창고형 매장답게 자영업자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다른 이마트 매장에는 없는 `파트너팀`을 신설했고, 매장 내에는 전문상담실을 만들어 자영업자들에게 세무업무, 친절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오픈 초기 자영업자 매출 비중은 5% 내외였으나 현재는 15%까지 증가했다.

자영업 고객 증가는 판매 상품에서도 드러난다. 상품군별 매출 순위에서 부탄가스(28개들이 한 박스)가 4위에 올랐고, 18ℓ 식용류, 10㎏ 양파 등 대용량 상품들이 높은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오세창 구성점장은 "고객층이 간단한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주변 이마트로, 가게를 운영하거나 가족 구성원이 많은 고객은 구성점으로 나뉘면서 오히려 윈윈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가족들이 함께 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매장을 꾸민 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전제품 전문 매장 `매트릭스`는 중년 남성들이, 애견 전문매장 `몰리스숍`은 아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가입비 없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점도 새롭다. 개장 초기 한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는 가입비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고객들도 회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충성도가 높아져 이익이 나는 구조"라며 트레이더스 성공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었다.

그러나 트레이더스의 인지도가 낮은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 앞으로 유통업계들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레이더스만의 차별된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매일경제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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