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0시(미국 서부시간 기준). 전 세계의 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쏠렸다. 병가 중이던 스티브 잡스애플 CEO가 ‘죽을 힘’을 쏟아 만든 ‘아이패드2’를 직접 발표한 것이다. ‘6주 시한부’ 설까지 겪었던 그의 등장에 전 세계 ‘애플빠(신봉자 수준의 애플 마니아)’ ‘잡스빠’들은 열광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파는 과일의 당도가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을 트위터로 받아, 즉시 고객에게 사과하고 시정하는 이른바 ‘24시간 소통경영’을 펼치고 있다. 굴지의 대기업 CEO가 ‘뭐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냐’는 구식 마인드는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와 소비자의 ‘트윗질(트위터를 하는 행위)’은 국경이나 시간의 제약도 이미 넘어섰다.
지구촌이 같은 시간, 하나의 이슈에 움직이는 시대다.
손안에 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만 있으면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도 무너진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올초 영국의 트렌드워칭닷컴은 올해 11가지 소비스트렌드에서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는 ‘트윈슈머(Twinsumer)’의 득세를 예견했다. 트윈슈머는 단순한 등장을 넘어, 집단을 형성하고 그 영향력을 넓히는 조직화의 모습도 띨 것으로 전망됐다.
역시 이들을 상대해야 할 기업으로선 제품 개발과 서비스 발굴이 더욱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그러면서 기업의 국적은 사라지고 전 세계 소비자와 소통해야하는 책임이 기업들에게 주어지게 된다.
애플의 아이패드2는 4월 이후 한국에 상륙하면, 곧바로 한국인들의 냉정한 평가가 도마 위에 올려질 것이다. 더구나 막강한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후속 버전과 그야말로 생존을 건 ‘벼랑끝 비교’를 당할 것이 분명하다.
TV, 정보가전 등의 스마트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모든 것이 양방향 통신은 기본이고, 언제 어디서든 제어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추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진화는 개별 사람이나, 가정, 국가에 따라 다소 속도의 차이는 나겠지만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 될 것이다.
TV나 정보가전의 스마트화는 이들이 모두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전력만 있으면 됐던 예전의 기기는 스마트시대에 네트워크에 물리게 된다. 스마트TV, 스마트가전 등이 서로 네트워킹하면서 지능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스마트화는 인프라의 혁신과 직결된다. 네트워크 장비, 보안솔루션 등에는 엄청난 신규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곧 현실로 다가오는 전력망의 스마트그리드화도 이와는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가상 현실(Virtual)’을 넘어 ‘증강 현실’이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위치의 좌표까지 읽은 스마트기기가 시간대와 날씨에 맞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고, 주변의 식당이나 가게는 스마트기기를 가진 ‘예비 고객’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할인이나 서비스정보를 친절하게 기기로 날려 보낼 것이다.
최근 북아프리카, 중동지역에 불어닥친 ‘재스민 혁명’은 스마트환경이 바꿀 시대환경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스마트시대는 ‘완벽한 개인화’와 ‘스마트한 개인의 연대(連帶)’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이제 제품이나 서비스는 세계시장에 통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잇고, 세계시장에 통하려면 전세계인의 냉혹한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기업 활동도 이제 국가,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야하고, 24시간 소비자와의 대화채널은 열려있어야 한다. 국산과 외산의 경쟁이 무의미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이 사라진다.
철저한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독한 현지화(Localization)가 병행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 B2B 영역에서 뛰어온 부품이나 시스템·IT하드웨어 기업들에도 변화의 바람 앞에 놓여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뛰는 세트·구매자와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모든 요구에 귀를 열고,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개발-제품화-공급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전 세계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누려온 B2B 영역이 ‘죽음의 정글’이 될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은 시작됐다. 지구촌이 120억개의 눈으로 한 곳을 보는 시대다. 시대가 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전 세계를 만족시켜야 생존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가 요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발 앞서 내놓기 위한 경쟁의 출발선에 서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선정한 올해 10대 트렌드
1. Tiny makes big-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2. Weatherever products-변하는 날씨,변하는 시장
3. Open and hide-개방하되, 감춰라
4. Real virtuality- 실제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제
5. Ad-hoc economy-즉석 경제 시대
6. Busy break- 바쁜 여가
7. By inspert, by expert- 직접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8. Ironic identity- 내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9. Tell me celeb- 스타에게 길을 묻다
10. Searching for trust- 신뢰를 찾아서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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