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자동차 도입에 관심은 갖고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예산 등 지원책이 부족해 위험을 안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환경부는 보다 적극적이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운용 거점도시를 선정해 전기차 구매 및 충전 인프라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형태로 전기차 보급 및 이용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사업은 기존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시형EV, 관광단지형, 구내근린용 등 도입 범위와 적용 분야를 세분화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전기차 도입 초기 상용화 성공모델 개발 가능성도 전망된다.
◇환경부 전기차 도입 붐 앞장=도심형, 관광단지형, 구내그린형 세 가지로 추진되는 이번 전기차 거점도시사업은 지자체의 전기차산업 육성에 경쟁을 붙여 전기차 도입 확대를 꾀하는 한편, 사용 유형별 모니터링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부는 예산 확보를 통해 이미 전기차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지자체와 전기차 도입을 희망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유형별 1~2개 시·도(군)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현재 유형별 도입 및 운용 계획과 예산 등을 포함한 신청서를 받고 있다.
현재 서울과 광주, 제주 3개 광역시도와 창원, 영광 등 기초단체를 포함해 5개 지자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 지자체에는 전기차 구매 금액, 충전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지원하고, 향후 추가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되고 있다.
◇전기차 선도 도시선 ‘저요, 저요’=서울시는 이번 전기차 거점도시사업을 계기로 도시형 전기차 운행의 대표 도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한 해 109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제작 시범사업 등을 추진해 온 서울시는 현재 남산 순환버스 노선, 월드컵공원 등에 자체 개발한 전기버스를 도입·운행 중이다.
올해는 도심 전기차 시대 구현 원년을 목표로 공공은 물론이고 민간 분야까지 충전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 배달용 오토바이의 전기이륜차 전환 등 각종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그린카 3만대 보급에 8000기의 전기충전 인프라를 구축한 세계적인 전기차 선도 도시가 서울시의 중장기 목표다.
광주시는 완성차부터 차량 개조, 전기차 부품 개발, AS와 충전 인프라까지 전기차 전 분야를 아우른 산업 육성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거점도시사업을 포함해 시 공공부문 전기차 도입에 정부 보조금 제도를 적극 활용해 나간다는 계산이다.
전기차 거점도시사업 추진에 앞서 환경부가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광주시는 올해 48대의 전기차 구매 계획과 중장기적으로 공용차량 전체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광주시는 전기차산업 육성을 목표로 지난해 지앤디윈텍, 탑알앤디 등 지역기업, 전자부품연구원과 오는 2012년까지 전기차 육성에 400억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제주도는 관광에 초점을 맞춘 관광단지형 전기차 도입을 추진한다.
특히 렌터카·택시 등 관광과 밀접하게 연관된 차량의 전기차 전환을 오는 2012년부터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이에 따른 충전인프라도 기존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과 연계해 주요 관공서와 대형마트, 주유소, 관광지 등 174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도는 올해 관공서·공공기관에 전기차 50대를 도입하고, 2013년까지 150대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창원시는 ‘대한민국 환경수도’라는 슬로건 아래 전기차 도입 및 관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총 40대의 공공용 전기차 도입을 확정·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 사업에서는 서울·광주와 차별화된 도심형 전기차사업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
창원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기연구기관인 전기연구원과 지엠대우, 세방전지, S&T모터스 등 완성차·전지제조·전기이륜차 등 창원 소재 전기차 관련 기업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창원시만의 거점도시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남 영광군은 영광 원자력발전소, 농·수·축협 및 관공서를 중심으로 배달 및 순환업무용 전기차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또 전기자동차 전문업체 AD모터스와 오는 2016년까지 연간 4만3000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군내에 건설할 계획이다.
영광군은 지역민 전체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최근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주요 관광지와 군청사 현관 등에 전기차 전시 및 체험 홍보관을 운영,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도입 혜택 확대가 관건=환경부의 이번 사업은 미래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분야고, 전국 지자체 대상의 국비 지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와 달리 지자체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거점도시 선정에 따른 지원책 등 혜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존 정부의 전기차 도입 혜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정부 지정 거점도시라는 이미지 효과 외에는 크게 얻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기차 구매 비용 지원에서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동급 가솔린 차량과의 차액 50% 지원 내용이 그대로 적용됐다. 전기차 구매 비용 지원에서는 거점으로 선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자체 간에 차이가 없다.
또 지자체가 기대를 걸고 있는 충전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에서도 고속과 저속, 설치 대수, 기기값, 공사비 등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금액이 확정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운영을 잘하는 지자체에 추가 인센티브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kr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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