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이젠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다

경종민 KAIST 교수
경종민 KAIST 교수

 우리는 30년 전 메모리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고 15년이 지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메모리는 산업의 핵심부품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메모리는 여전히 반도체 시장의 주역이 아니다. 메모리 가격은 CPU 제조사와 SW회사의 전략적 움직임에 일희일비한다. 치킨 게임에서 우리는 대만과 일본의 추격을 뿌리쳤지만 메모리만 가지고 반도체 시장의 주역이 되긴 어렵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이 시스템반도체가 제2 주자로서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를 넘어, 전자산업을 넘어, 우리 미래 생활 영역 전체의 중간 핵심에 자리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 시장의 승부는 스피드와 시너지가 관건이다.

 국내 산업은 메모리,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 휴대폰과 TV 같은 시스템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우세는 앞으로 자동차, 의료, 통신 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돼야 한다.

 전황은 매우 복잡하지만 우리가 우세한 영역도 있고 교전지역이 있으며 미래의 전장이 있다. IT 시장을 보면 세계 시장과 산업의 가장 중심인 허리에 있는 것이 바로 시스템 반도체다.

 우리나라의 산업의 중심도 이 허리를 단단히 하는 것에서 재정비 강화되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시스템산업, SW산업 등 많은 핵심 관련 산업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다.

 시스템반도체에 교두보를 확보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지배력은 훨씬 더 공고해질 것이다. SW 산업은 내장형 SW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둥지를 틀어야 시너지를 내고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시스템 산업이 부품경쟁력과 발전의 탄력성과 전망을 확보하려면 핵심 반도체 칩의 기술 기반 위에 서야 한다. 퀄컴, 미디어텍 같은 팹리스나 TSMC 같은 세계적 파운드리 산업도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술의 기반 위에서 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에코시스템 중심에 있는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는 것에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너무 서두르거나, 국지전만 보면 성공할 수 없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되었건만 대만에 비해 우리의 성적표가 너무나 초라한 것은 바로 거시적, 장기적 비전과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는 대만과 중국에 없는 시스템 산업이 있다. 메모리를 중심으로 단단히 키운 공정, 소자 기술의 기술과 산업 기반이 있다. 이 장점을 이용하여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더 늦어선 안 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대만은 전략에서 우리를 압도했다. 이젠 우리가 이길 차례다. 국가의 산업이므로 획기적인 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지만 같은 돈을 써도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주의할 점으로 네 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첫째, 비중과 역할은 서로 다르더라도 원칙적으로 대학, 기업과 연구소가 같이 일해야 한다. 둘째, 반도체와 시스템이 SW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 SW 혼자선 안 되고 시스템산업은 밑바탕 기술이 더 강해져야 한다. 셋째, 시장의 수요에 기반을 둔 플랫폼 중심으로 돈이 쓰이고 사람들이 모이고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 넷째, 돈을 뿔뿔이 사이좋게 나눠 쓰면 안 되며 전체를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중심기구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좋은 사람들이 모여 국내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다.

 경종민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kyu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