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를 한 번 타보고 싶은데 신청하면 정말로 저희 집까지 차를 가져다주는 게 맞나요?`라고 재차 묻는 전화가 많이 옵니다. 선뜻 믿는 고객이 많지 않더라고요."(조래수 현대차 국내마케팅팀 부장)
지난 연말부터 현대자동차가 시범 시행 중인 `365일 찾아가는 시승 서비스` 얘기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홈페이지와 대리점을 통해 시승을 원하는 차와 시간ㆍ장소를 신청하면 가까운 영업소 직원이 차를 직접 몰고가 운전대를 넘겨주는 프로그램이다. 하루 한 대로 시승 횟수가 제한돼 있을 뿐 다음날은 다른 차를 제3의 장소에서 또 타볼 수 있다.
조 부장은 "이제껏 수입차도 하지 않은 서비스를 현대차에서 할 것이라고는 고객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6대 광역시와 분당ㆍ일산 등지 시범 서비스를 마치고 다음달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의 대(對)고객 마케팅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장점유율 45%로 불가침 1위 기업이고 세계적으로도 판매대수 5위 자리에 오를 정도로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앉아서 고객을 맞던 시절에서 벗어나 직접 발벗고 찾아가겠다는 변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차량 정비를 원하는 고객이 시승 서비스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신청하면 정비 직원이 고객이 있는 곳까지 와서 차를 가져가 고친 후 돌려주는 `홈투홈` 서비스도 다음달부터 전국에서 시행한다.
또 10일 신개념 차 `벨로스터` 출시 행사에는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가 아닌 고객 4000명을 초청해 이들을 위한 공연을 꾸민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략을 새로 정립하기 위해 지난 3~4일(현지시간) 스위스 몽트뢰에서 유럽 미국 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자사 마케팅 책임자 150여 명을 소집해 `글로벌 마케팅 콘퍼런스(GMC)`를 열었다.
이제까지 현대차가 글로벌 차원에서 품질ㆍ생산전략 관련 콘퍼런스를 개최한 적은 있어도 마케팅을 주제로 대대적인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먼저 양승석 사장이 올 초 새로 발표한 브랜드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취지를 설명하고 `마켓 드리븐(Market-Drivenㆍ시장 지향)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현대차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 안건희 사장도 참석했다.
그 뒤로는 새 슬로건을 어떻게 실행해나갈지 각 지역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모던 프리미엄`으로 정한 만큼 대리점별 인테리어 변화 필요성 같은 구체적인 고급화 방안이 주요 토론 주제였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쏘나타 하이브리드 광고를 만든 캐나다 마케팅팀이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 1등을 했고 365일 찾아가는 시승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 사례도 우수 사례로 뽑혔다.
현지에서 만난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10위권이던 브랜드가 어느 순간 주위를 돌아보니 앞에 아무도 없고 모두 옆ㆍ뒤에 있을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며 "우리가 어떻게 브랜드를 키워나갈지 이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본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현대차가 지금까지는 생산ㆍ품질 드리븐 기업이었다면 글로벌 5위 기업 위상에 맞게 마켓 드리븐 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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