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장에 김도연 현 울산대 총장이 내정됐다. 대표적인 과학자이자 행정 경험이 풍부한 김 총장이 국과위 위원장에 내정된 것에 과학기술계를 대표해 먼저 축하와 환영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과학기술부가 폐지된 후 오랫동안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 부재에 시달렸던 우리 과학계에 김총장의 내정과 국과위의 출범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반가운 소식이다.
국과위의 이 같은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과학기술계에서는 이제 출연연 선진화 방안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과위가 과학기술계의 염원에 부합하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뜻과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합리적인 제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과학기술계가 신임 국과위원장에 바라는 바를 전하고 싶다.
첫째, 흔들리지 않을 긴 안목의 과학정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과학은 미래를 위한 긴 준비다. 정권이 바뀌거나 사람이 바뀐다고 해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장기적인 안목의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세워야만 현장에서도 정부를 믿고 꾸준한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둘째, 과학을 조직이라는 획일성이 아닌 창의성과 다양성에 더 큰 무게 중심을 두고 접근해 달라는 점이다. 미래 과학은 각 국가의 창의력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융복합 시대를 맞아 같은 기술이라도 누가 더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산업기술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다. 앞으로도 우리가 선진국에 견주어 지금의 기술적 우위를 지켜 나가려면 시대적 흐름과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창의적인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연연구소들의 물리적, 획일적인 통합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문화의 근본이 바뀌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과위 비상임위원들 역시 미래의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고견을 낼 수 있는 인재들을 모아야 한다.
셋째, 연구의 독립성에 대한 부분이다. 근래 출연연의 정년 연장 등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논의되거나 시행되고 있지만 출연연 연구에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의 자존심’이다. 출연연이 양성한 과학자가 대학으로 가는 현재의 흐름을 대학에서 출연연으로 회귀하는 흐름으로 바꾸어야 하고, 이를 위한 최적의 여건을 형성해야 한다.
또 출연연들이 세계적 연구소와 경쟁할 수 있는 임계규모에 도달할 수 있게 하고, 각각에 맞는 고유한 임무를 부여해 국가적 어젠다를 해결하는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출연연의 선진화 방안 가운데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단순한 단일법인화 방안은 일견 구시대적 발상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통합보다 자율성을 보장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를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선 생각으로 연구기관들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세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단순한 행정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물리적, 획일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긴 안목으로 창의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기술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자. 그것이 과학기술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신임 국과위원장에게 바라는 것이다.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kcmoon@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