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사령탑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9일 도쿄에서 개최한 `글로벌 경영비전 설명회`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 등 신흥시장에서 강한 자동차 메이커들과 경쟁하는 것은 고객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도요다 사장은 이날 현대자동차나 폭스바겐 등 신흥시장에서 강한 업체들과 어떻게 비교우위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도요다 사장은 "좋은 차를 만든 뒤 고객들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라는 자존심을 걸고 신흥시장의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도요타자동차의 총수가 공개 기자회견 장소에서 현대자동차를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대차의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글로벌 경영비전 설명회를 통해 도요타자동차는 2015년까지 신흥시장 판매 비중을 현재 40%에서 50%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도요타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전체 판매의 60%를, 신흥시장은 4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는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각 지역별로 맞춤형 신차 투입 전략을 추진하는 2015년까지 10개 종류의 환경차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는 신흥시장 공략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27명으로 구성돼 있는 이사회 소속 임원 숫자를 11명으로 줄이는 충격적인 내용의 조직개편 방안도 내놨다.
도요다 사장은 "신흥시장 등에 대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사 조직을 효율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인도에서 100만엔대 미만인 소형차 `에티오스`를 올해 상반기부터 집중 판매하고 2012년부터 중국 창춘과 브라질에서도 소형차를 생산하는 신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013년부터 다이하츠공업으로부터 80만~90만대 소형차를 공급받은 뒤 아시아와 중남미 등에 집중 투입하는 등 신흥시장을 1000만대 판매 목표의 최대 공략거점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2009년 6월 취임한 도요다 사장이 중장기 글로벌 경영전략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다 사장은 취임 직후 터진 글로벌 리콜 사태에 직면해 미국 청문회에 참석하는 등 최근 1년 동안 방어적인 경영 전략에 치중해 온 바 있다.
한국시장에서 도요타자동차(렉서스 포함)가 맞춤형 신차를 투입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오히려 도요타는 한국시장에서는 당분간 최고급 프리미엄 차량에서부터 소형차까지 판매 차종을 다양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는 한국에서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렉서스와 도요타 브랜드가 다양한 구색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이미 렉서스CT200h를 내놓은 데 이어 이달 말께 코롤라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렉서스 판매목표를 6000대로 정했고, 도요타 브랜드는 7500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렉서스와 도요타는 각각 3857대와 6629대로 모두 1만486대를 판매했다.
이와 관련해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대표는 지난달 초 "작년은 고객제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돌아본 한 해였다"며 "작년 한 해 기존 고객 4만5000명을 직접 만나 진심어린 충고를 들었고 고객제일주의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도요타자동차는 2010년 4~12월기 결산 실적에서 순이익이 3827억엔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배 늘었다고 밝혔다.
또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난 14조3516억엔을 기록했고 영업어익은 무려 8배나 늘어난 4221억엔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미와 중국 등에서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조치가 잇따르는 등 시장의 반응은 아직도 냉담한 편이다.
게다가 지난 주말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도요타의 빈약한 수익성을 이유로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도쿄=매일경제 채수환 특파원/서울=매일경제 김경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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