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형 현대 제네시스는 수입차들과의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도록 상품성을 높인 모델이다. 현대차의 조사 결과, 제네시스 구매자의 62%는 ‘수입차’와의 저울질 끝에 제네시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 ‘수입차’는 주로 렉서스 ES와 BMW 5 시리즈 등이다.
2012년형 제네시스는 2008년 데뷔한 제네시스로부터 부분적인 외관 변화를 거쳤고, 사양과 기술적인 면에서도 업그레이드됐다. 가령, 상위 모델의 경우 전조등이 상황별로 최적화된 빔 패턴을 제공할 수 있도록 LED방식을 채용했다. 좌우 각각 4개의 고휘도 LED램프가 시가지 및 고속 주행 등 차량의 주행 환경에 따라 점등조합과 출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첨단 기술이다.
가속페달은 반력 또는 진동을 통해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기능을 가졌다. 주행 중 위험상황이 감지되면 미세한 진동과 반발력으로 운전자에게 사전 경고를 보냄으로써 사고를 예방한다. 연비에 좋지 않은 운전을 할 경우에도 가속페달의 반발력을 통해 이를 깨달을 수 있다. 일부 고급 수입차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프리 세이프 시트벨트’ 기능도 추가됐다. 위험상황이 감지되면 시트벨트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되감는 촉각 경고를 제공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시트벨트를 강하게 되감아 승객의 상해를 최소화시켜준다.
하지만 이번 변화의 핵심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최신 구동계의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엔진의 직분사화, 그리고 8단 자동변속기의 적용이다. 우선 엔진을 살펴보면, MPi방식이었던 람다 3.3 및 3.8 엔진을 GDi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고성능·고연비·저공해를 동시에 실현했다. 3.8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로, 기존 엔진 대비 각각 15.2%와 10.4%가 향상되었다. 힘이 이렇게 세졌지만 연비도 떨어지기는커녕 리터당 10.2㎞로, 오히려 종전보다 6.3%가 개선됐다. 3.3 엔진은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35.5kg·m의 최대토크와 리터당 10.6㎞의 연비를 갖게 되었다.(기존 262마력, 32.2kg·m, 10.0㎞/ℓ)
제네시스는 그동안 일본·독일에서 수입한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왔다. 하지만 2012년형에 올라가는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자동차의 독자 개발품이다. 아이신·ZF에 이은 세 번째이지만, 변속기 전문 업체가 아닌 완성차 업체의 독자 개발로 따지면 현대차가 세계 최초가 된다. 선두 업체는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특허망이라는 덫을 놓는다. 그 덫을 어떻게 피해가며 새롭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대자동차는 레이아웃 설계부터 생산까지 100% 독자기술에 의해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 과정에서 127건의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후륜 구동차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 앞바퀴 굴림용 파워트레인을 독자 개발하면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십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2012년형 제네시스는 동력 성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했다. 시승한 3.8 모델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의 6.8초에서 6.1초로 당겨졌고, 60∼100㎞ 추월 가속에 있어서도 3.5초가 3.2초로 단축됐다. 그 이상의 고속에서도 가속에는 거침이 없다. 다만, 고속 영역에는 아주 쉽게 도달하는 반면, 그것을 즐길만한 안정감까지는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흔히 말하는 독일 차 감각의 고속 안정성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을 듯하다. 그 대신 승차감과 정숙성만큼은 탁월하다. 이런 쪽에 비중을 두는 〃아마도 많은 수를 차지할- 구매자들에게는 뛰어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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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