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들어온 새내기 직원들은 꼭 거쳐야 할 관문이 하나 있다. 바로 무박행군이다.
오대산 휴게소에서 하조대까지 34km에 이르는 거리를 장장 10시간 동안 무박행군하는 것이다. 그동안 신입 직원들에게 가벼운 등산을 시켰던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무박행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 공무원으로서 자긍심, 도전정신, 열정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했다. 지난번에는 220명이 참여했고, 이번엔 98명이 10~11일 무박행군을 하게 된다.
밤 8시 오대산휴게소에서 출발한 신규 직원들은 3시간여를 걸어 야식터에서 따끈한 야식으로 체력을 비축하고, 다시 어성전을 거쳐 다음날 새벽 6시30분에 하조대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신규직원들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바람을 외치고, 풍선을 날리며 함성을 지른다.
지난해 무박행군을 했던 이재철씨(44)는 “동료들보다 나이가 많아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조금 힘은 들었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직원의 최고령자는 48세의 이대해씨(부산체신청)이고, 최연소는 22회 강권희씨(서울체신청)이다.
신규 직원들은 출발하기에 앞서 결의문을 낭독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경청하며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봉사 우정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무박행군의 가장 큰 특징은 우정사업본부장이 꼭 참가한다는 것이다.
기업체의 CEO가 신입직원들과 산행을 하고, 산행 마무리에 참석해 직원들과 한마당잔치를 벌이며 흥을 돋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밤새 산행을 함께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본부장은 산행을 하는 동안 힘들어하는 직원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직원들의 꿈과 희망에 귀 기울인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은 “우정서비스는 국민에 대한 봉사가 우선이기 때문에 힘겹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를 헤쳐 나가는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최고 책임자와 함께 걸으면서 나부터 실천한다는 의미를 깨달아 한걸음 더 국민에게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