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신종플루(새로운 인플루엔자) 감염환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신종플루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며 계절 구분이 있는 지역에서는 매년 겨울에 유행된다. 전염성이 강하고 노인이나 소아, 다른 질환을 앓는 사람이 걸리면 사망률이 증가하고 합병증의 발생이 증가하기도 한다. 또 일부 지역에 한정된 발병이 아닌, 새로운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의해 짧은 시간, 넓은 지역에 유행하면 젊은 사람도 많이 사망할 수 있다.
신종플루는 일반 감기와는 원인균과 병의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감기와는 구별된다.
지금까지 신종플루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투여해왔다. 감염된 바이러스를 중화시키거나 체내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제재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써 왔다.
하지만 체내의 면역체계를 높이면 신종플루를 몸 스스로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국제백신연구소(IVI) 권미나 박사팀은 신종플루 치료에 체내의 항바이러스 단백질 ‘인터페론(interferon)’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터페론은 다양한 병원체, 특히 바이러스가 감염된 경우 체내에서 생산되는 단백질이다.
권 박사 팀은 몸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터페론이 바이러스 퇴치와 관련된 면역세포의 유입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몸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에는 호중구(Neutrophils)와 단핵구(Monocytes)로 대표되는 면역세포가 유입된다. 호중구와 단핵구는 분화과정에서 동일한 모세포 형태를 거쳐 성숙되는 대표적인 백혈구로 주로 선천성면역에 관여한다. 문제는 두 면역세포 가운데 호중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다양한 급성 중증 호흡기 증후군에 의해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염증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적정한 양이 나오면 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하면 항염증제인 본연의 역할을 못한다는 것. 이 상황에서 인터페론은 감염된 후 단핵구와 호중구 간에 균형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인터페론이 결손되면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후 정상적으로 단핵구를 분화시키지 못한다. 또 미성숙 된 단핵구가 호중구를 많이 불러오고 이는 호중구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염증과 폐조직 파괴의 원인을 제공한다.
권미나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인터페론의 새로운 기능을 밝혀낸 연구 성과”라며 “향후 항바이러스제 개발에도 응용돼 예상치 못한 인플루엔자 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체내의 인터페론 분비가 많이 되면 항바이러스 물질을 많이 만들어내고 면역세포 분화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인터페론 활성화를 통해 감염 초기에 선천성 면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퇴치하는 방법보다는 체내의 면역체계를 높이는 것이 신종플루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남은 과제는 이 같은 인터페론 분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다.
권 박사는 “인터페론의 역할은 규명했지만 인터페론을 섭취하는 음식이나 약을 통해 만들어 낼 수는 없다”며 “다음 연구는 인터페론을 섭취하거나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과 미생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PLoS Pathogens(미국 공중과학도서관-병원균)’ 2월호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인터페론에 의한 면역세포 조절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