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이달 말 상설조직으로 출범한다. 지난 2008년 당시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사며 과기부의 부활이 거론된 지 3년 만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과위에서 핵심역할을 할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거버넌스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정년연장이나 성과 연봉제, 기획재정부의 예산권 이양, 부처 이기주의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 넘어 산이다. 국과위가 태어나기까지의 족적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과학기술계 여론을 수렴해 2회에 걸쳐 정리한다.
<상>추락한 과학기술 위상
지난 2008년 1월, 정부가 과학기술부 폐지를 발표하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대덕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출연연 기관장을 중심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과학기술계 전체가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과학한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출연연 기관장들 모두가 사표를 내놓고 업무를 보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과학기술계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일부 민영화가 예정됐던 출연연에서는 우수 연구 인력 이탈이 도미노처럼 번져 공황상태다. 또 학기 초 대학으로 이탈하던 연구 인력이 늘면서 출연연은 이제 피폐 직전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가 제안한 정책이 관철되지 않으면 시간에 맡기는 듯한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월 말까지 출연연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정리하겠다고 만들어놓은 출연연 선진화기획단이 내내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3월이 다가도록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또 과학 분야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한 애정이 과오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이라는 것은 단지, 상품화, 기술이전, 상용화가 전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자로 재면서 평가해 왔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국과위는 과기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과거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기존 국과위의 정책조정과 타 위원회와 업무의 전략적 연계가 미흡한 부분을 상설 국과위가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설 국과위의 출범은 시작부터 난항이다. 표면적으로도 당초 150명으로 예상했던 인원이 129명으로 줄며 움츠러든 모양새다.
특히 국과위 기능의 핵심인 예산에 대한 분배·조정권을 두고 관련 부처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취임한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국과위가 예산 분배·조정권을 갖기보다는 과기연구방향 제시 및 심사 역할에 치중해야 하고, 출연연 또한 국과위 산하로 편입하는 것에 난색을 표명했다. 재정부 역시 지경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문제들은 시행령을 통해 개선한다는 게 국과위의 설명이지만 시행령 마련작업 역시 부처 간 이견을 좁히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연연 관계자는 “과학기술계가 피폐 일보 직전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국과위라도 제대로 가동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희범·윤대원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