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친환경 제품을 넘어 친환경 생산으로

[월요논단] 친환경 제품을 넘어 친환경 생산으로

 이상 한파가 이어지던 지루한 겨울 날씨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북극 찬 공기를 막아주던 제트 기류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얇아져 한반도가 북극 찬 공기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난방비 폭탄이라고 표현할 만큼 관련 비용이 증가해 국민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했다. 온실 효과에 따른 기후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등은 이미 전 세계적 문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는 급격한 산업화와 에너지 소비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결과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원을 소모하며 성장하는 경제성장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인식 변화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에너지효율 등급 기준이 강화되는 등 관련 규제의 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 등 각종 규제가 사실상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면 더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발빠른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각종 규제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도 친환경 소재 사용은 필수 요소가 되었다. 소비 패턴 역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비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내구재 산업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비근한 예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배기가스도 줄이고 에너지 효율도 높인다는 계산이다. 가전 분야에서도 최저 소비전력을 달성하고자 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외산 제품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현저히 낮은 소비전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 볼 만하다. 최근에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기술로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 가전제품을 작동하게 하는 기술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변화 못지않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생산 면에서의 친환경이다. 제품 성능이나 효율 면에서는 앞서 나가지만 친환경 고효율 제품을 내놓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기존의 관행을 답습한다면 친환경이란 말은 무위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공에서 생산과 운송,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발생을 최소화할 때 진정한 친환경 제품은 완성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도 에너지 관리공단을 통해 ‘탄소성적표지 인증제도’를 시행해 제품의 생산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자재 업계나 보일러, 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인증을 획득하는 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친환경 생산을 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표하며 공정, 정도 경영과 함께 친환경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기업만의 친환경 철학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생산시설 구석구석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반영되려면 겉치레가 아닌 철학이 바탕이 된 실천이 필수다. 기업 활동의 모든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 관리가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영하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 yh.lee@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