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사태는 너무 변수가 많아 향후 우리 증시에 미칠 영향 또한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995년 고베지진 때와 그 이후 주가흐름을 예측 툴(tool)로 활용하는 것이 그나마 객관적이라고 판단한다.
국제유가는 당분간 급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지진으로 원유수요 최대 국가인 일본의 수요가 최소한 일시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1995년 1월 고베지진 당시 일본 니케이지수는 지진 발생 이후 일주일 동안 8.2% 하락했다. 지진 발생 초반 사흘간은 소폭 하락에 그쳤지만, 후반 이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지진발생 5일 이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덩샤오핑 위독설 등이 겹치면서 닛케이지수가 5.6%나 폭락했다.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가운데 여러 악재가 맞물리며 증시가 폭락한 것이다.
한국·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날 한국증시는 2.07%, 홍콩증시는 4.26%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도 지진 발생 이후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일시 반등하기도 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여러 불확실성, 외국인 수급 취약 등 현재는 당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일본 지진이 기존 악재와 결합해 증시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나타날 일본 업종별 피해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료 반입, 수출 등 물류를 위해 주로 해안가에 공장이 위치한 철강·자동차·화학업체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럴 경우 국내 관련 업종의 단기간 반사이익이 주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일본 강진 이후 급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2.82달러 떨어진 99.88달러에 거래돼 100달러 선 아래로 하락했다. 영국 런던의 선물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가 2.86달러 떨어진 112.57달러에 거래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 등 중동지역의 정정 불안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급등했던 유가는 사상 최악의 일본 지진으로 인해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정유시설 폐쇄가 지속될 경우 유가는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