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대지진]日 원전 사고 …세계 탄소배출 감축 원전계획에 찬물?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휩쓴 강진으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인근 지역에 방사선 피폭량이 법적 한계치를 넘으면서 이산화탄소배출 감축 방안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던 세계 각국의 그린 에너지 계획에 찬물이 끼얹어지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문제가 국제 이슈로 등장하면서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화석 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자력을 대안으로 주목해 왔지만 이번 사고로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여전히 원전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원전 건립 계획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13일 외신 및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442기이다. 전체 전기공급량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을 중심으로 155기 이상의 원자로가 추가 건설될 계획으로, 현재 건설 중인 것만 65기에 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진도 9.0의 대지진 후 폭발과 노심용해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지역에 방사선량이 법적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그러나 이런 방사선량이 사람들의 건강에 위험이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일본은 미국과 프랑스 다음으로 많은 54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기공급량의 3분의 1을 충당하고 있다. 또 2개의 원자로가 추가 건설 중이고 13개가 계획돼 있다.

 현재 1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중국도 27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다. 최대 원전국가인 미국도 기존 104기 이외에 민간업체들이 앞으로 21기를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는 저렴한 비용으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강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에 있던 90여명이 피폭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리쥔 중국 환경보호부 부부장은 “일본 대지진 이후 중국의 13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원자력을 발전시키겠다는 중국의 결심과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에서는 지난 12일 수 만명의 시위자들이 남서부 지역인 슈투트가르트에 모여 원전 가동 시한을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야당인 녹색당 지도부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처럼 선진 기술로 모든 상황을 대비한 국가에서도 핵발전은 통제 불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도 원전 가동에 대한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에릭 베송 산업장관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원자력 산업 관계자들과 긴급 회동한 뒤 “프랑스 원전들은 지진 및 홍수의 위험에 모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