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계열사 이름 `현대` 로 통일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이름을 `현대`로 통일한다. 지난해 9월 발표하려다 무기한 연기했던 그룹 CI(통합 기업이미지)도 내달 현대건설 인수를 마무리한 뒤 공식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를 계열사 이름에 추가하는 사명 변경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현대차그룹 내 물류업체인 글로비스는 지난 11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현대글로비스`로 바꿨다.

비앤지스틸도 같은 날 현대를 추가해 `현대비앤지스틸`로 이름을 변경했다.

현대차그룹의 비상장업체들도 대부분 이름을 바꾸고 있다. 다이모스, 오토에버, 엠시트, 카네스, 메티아, 위스코, 파텍스, 아이에이치엘, 엔지비, 엠앤소프트 등의 회사가 올해 초부터 순차적으로 `현대○○○` 등으로 이름을 변경했거나 변경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현대가 붙지 않은 곳은 기아자동차와 광고대행사인 이노션, 레저업체인 제주해비치호텔&리조트 정도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ㆍ판매 전략상 `현대`라는 이름을 추가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노션과 해비치도 자동차사업과 무관한 데다 현대 이름을 강조하는 것이 영업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현재의 이름을 유지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와 독일의 로버트보쉬가 50대50 합작 형태로 설립한 자동차 전자제어시스템 업체인 케피코도 `현대`를 추가하지 않는다.

증권회사인 HMC투자증권도 현대 이름을 달지 않는다. HMC투자증권은 당초 현대차IB증권이라는 사명으로 출발했지만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증권이 현대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법원에 낸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현대 이름을 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현대`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의 유산을 정몽구 회장이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제철 사업을 지난해 성공적으로 시작했으며 오늘날 현대를 만든 핵심 계열사인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도 승리했다. 조선 상사 전자 정도만 제외하면 사실상 정주영 회장 시절의 현대 모습을 정몽구 회장이 거의 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마침 올해가 정주영 회장 타계 10주기인 데다 그룹 전체적으로 실적도 좋아 정몽구 회장의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며 "장손으로서 현대가의 적통을 제대로 잇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를 최근 여러 차례 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마무리한 직후 그룹 CI 등을 공개하는 비전 선포식도 가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그룹 창립 10주년인 지난해 9월 1일 `비전 2020 선포식`을 열려고 했지만 행사 당일 이를 연기했다. 이날 청와대가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행사를 갖자 비전 선포식이 자칫 협력업체들을 외면한 현대차만의 자축 행사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번에 발표하는 그룹 CI는 단순히 자동차그룹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제철-건설`의 3대 핵심 성장축을 가진 그룹이라는 점을 보여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유출됐던 그룹 CI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라며 "자동차 전문 기업의 이미지에 플러스 알파를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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