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등해 전체 기업 실적에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와 화학, 비금속 광물 등은 수혜가, 정보기술(IT)과 유틸리티 등은 피해가 예상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전망을 발표한 132개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87조4천737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리비아 시위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1일의 87조8천148억원에 비해 0.39% 감소한 수치다. 세계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줄곧 연간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던 1월 말까지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제 유가가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용 측면에서 직접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대부분 산업이 간접 영향권 안에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추세적인 금리인상도 부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업종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변동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정유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달 1일보다 4.21% 높아진 반면 전기가스 등 유틸리티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무려 23.05%나 낮아졌다.
희비가 엇갈린 두 업종은 제품 가격이나 원료비에 따라 실적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특징이 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유업종은 작년 말부터 수요가 많고 공급은 적어 공급자가 우위에 있다. 유가가 폭등해 수요를 압박하고 정부 규제를 부르면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변수다"라고 분석했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틸리티 업종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실적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7월께 요금인상이 예상돼 실적 전망치 감소폭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화학, 비금속 광물을 아우르는 소재 업종(2.84%), 은행, 보험 등 금융업종(1.98%) 순서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음식료 등 필수소비재는 1.06%, 정보기술은 3.55% 하향 조정됐다.
한편 전체적으로 실적 전망치가 오른 종목보다 내린 종목이 많은 상황은 증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가 고평가된 것은 아니지만 저평가됐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실적이 악화되면 증시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연초에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구간을 1,800~2,200으로 전망했는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 상단을 더 낮출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