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경영노트]박환우 성호전자 사장 "개혁은 어려울 때보다 강한 시기에"

[CEO경영노트]박환우 성호전자 사장 "개혁은 어려울 때보다 강한 시기에"

 ‘성공은 보수적이고, 실패는 개혁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고만고만한 성공이 실패보다 위험하다. 변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기업은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코닥이 필름 사업으로 호황을 누릴 때 한쪽에서 급성장하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보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포드도 자동차 대량생산에 성공해 시장을 선점했지만, 이내 GM에 밀려 80년 가까이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GM이 도요타에 밀려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을 보면 시장의 역사 자체가 아이러니다.

 성호전자는 38년 전통의 콘덴서 전문기업으로 국내 1세대 첨단 부품업체로 꼽힌다. 국내 콘덴서 업황의 악화로 경쟁업체들이 현상유지에 그치는 것과 달리 최근 3년간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제2의 도약으로 당당하게 ‘회춘’한 것이다.

 성호전자의 회춘을 이끈 핵심적인 인물이 바로 박환우 사장(57)이다. 박 사장은 지난 2002년 수출입은행에서 성호전자로 이직했다. 이듬해 곧바로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그러나 주위의 축하를 마음 편히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사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국내 콘덴서 업계는 불황이었고, 회사는 변화에 뒤처져 있었다.

 박 사장의 개혁은 서서히 끈기 있게 진행됐다. 장기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5년간 개혁이 추진됐다.

 “대부분의 기업은 어려울 때 개혁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죠. 그러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로마 제국이 1000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힘이 있을 때 변화를 추구한 덕분입니다. 어려울 때 급진적인 개혁을 펴는 것보다는 강한 시기에 약점을 보완하는 게 더 낫습니다.”

 박 사장은 ‘80 대 20의 법칙’을 경영의 원칙으로 삼는다. 자본과 역량의 80%는 기존 사업에 투입하고, 나머지 20%를 새로운 것에 분배한다. 기본 체력도 없는 상황에서 체질 개선을 추구하다가는 반드시 실패하기 때문에 80%의 역량은 기존 사업과 조직에 투입한다.

 이 원칙에 따라 지금의 성호전자가 완성됐다. 노련한 경험을 가진 인력들과 젊은 피들이 융합돼 신구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업구조도 국내와 해외 사업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06년 성호전자는 대규모 중국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 15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당시 회사 매출이 450억원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역사적인 투자였다. 재무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기회를 보고 결단을 내렸다. 중국 콘덴서 시장이 호황일 것으로 예상해 주하이 공장을 증설하고, 웨이하이 공장을 신설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콘덴서 및 파워 시장의 호황으로 당시 300억원에 불과했던 중국 법인 매출은 현재 12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결론적으로는 대성공이었지만, 당시에는 무모할 정도로 큰 모험이었어요.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지해준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성호전자의 일치된 응집력은 박 사장의 소통경영에서 비롯된다. 그의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다.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기자와 인터뷰 도중에서 직원들이 불쑥불쑥 드나들었다.

 “문을 닫으면 직원들은 사장실 방문을 어려워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소통의 창도 없어지겠죠. CEO는 한 마디의 말을 하는 것보다 백 마디의 말을 듣는 게 중요합니다. 사장이 ‘당신 말은 틀렸어’라고 한다면 어떤 직원이 올바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내 귀가 나를 현명하게 만든다’는 칭기즈 칸의 격언처럼 경청의 힘을 요즘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