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화제가 된 산업 이슈를 꼽으라면, 모든 산업을 막론해 가장 획기적인 돌풍을 일으킨 주역인 ‘스마트폰’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월, 100만명에 불과하던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연말 710만명으로 11개월만에 약 6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폭발적 성장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도 ‘어플리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손가락 끝의 움직임 하나로 날씨, 교통, 게임, 뉴스 등 원하는 정보를 어디에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골간은 DB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융합된 사회적, 창조적 생태계라 할 수 있다. DB기반의 창조적 서비스가 우리의 생활을 끊임없이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스마트폰을 DB와 정보 기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있는 애플 아이폰과, 성능 좋은 모바일 단말기로 보고 있는 국내 업계의 지난해 실적만 봐도 그 결과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DB활용의 접근방식을 취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고,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미래형 비즈니스모델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DB 활용’을 통한 창조적 플랫폼의 발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하고 촉진해야 할 우리나라의 DB관련 정책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DB관련 산업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과 기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이 논의되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DB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 제정이라 할 수 있다.
국내 DB산업은 현재 약 10조원 규모다. 하지만 국내 축적된 DB의 양이나 성장속도, 미래의 성장 가능성으로 볼 때 앞으로 100조, 1000조원을 능가하는 영향력과 시장성이 잠재돼 있다. 현재 국내법에 DB와 관련된 조문은 대부분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을 대상으로 한 규정에 머물러 있다. DB의 활용을 포함해 관련된 산업을 포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는 실정이다. 융복합 DB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DB에 관한 법률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기대하며, 유효성 있는 법제도의 마련에 필요한 핵심적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DB활용을 위한 DB 콘텐츠의 융·복합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예컨대, IT 산업의 현안 중 하나인 전자정부 해외 수출 사업을 보자. 시스템의 구축을 넘어 사업 추진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정부부처 간 DB 융합과 통합의 경험이다. 융합, 통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표준의 정립, 그리고 실행을 규정하는 법제도가 있어야 DB를 활용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수반 될 수 있다.
둘째, 공공-민간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공공DB에 대한 국민의 접속 권한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DB는 직접적 접속을 통한 국민 서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부가가치 공정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무한히 잉태하고 있다. 정부는 DB 구축과 제공에 있어 특정한 해석적 관점을 배제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되, 알 권리를 존중하는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민간은 활용 가능한 DB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분석, 가공, 융합, 해석 등을 통해 편의성이나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를 산출, 미래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DB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률 제정이 한국의 스티브잡스, 마크 주커버그의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조남재 한국데이타베이스학회장(한양대 경영대 교수·njcho@hanyang.ac.kr)